꼬맹이 위독함...
원래 꼬맹이가 요로증후군을 앓았다. 한 마디로 요로가 막혀서 오줌을 못싸는 병을 거의 10년 가까지 앓아왔던 터였다. 당연히 그저 물 잘 먹고 오줌 잘 싸고 밥까지 잘먹으면 건강한 줄 안다.
세상에 쭈그리와 나만 있다. 쭈그리와 나를 제외한 모두는 적이었다. 쭈그리가 그렇게 갑자기 죽고 항상 내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을 때 쭈그리가 죽은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나갔다 돌아오면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좋지 않던 쭈꾸미와 난투극을 벌인 현장을 봐야만 했다. 괜히 내 무릎에 똬리틀고 누워 잠만 자도 그래서 더욱 나를 의지해서 그런 것이겠지.
이가 또 안 좋다. 뭐 이리 안좋은게 많은가. 잇몸염증으로 사료를 잘 씹어먹지 못해서 먹는 양이 줄었어도 역시 그것 때문일지 모르겠다. 오히려 살이 빠지니까 더 좋아진 것은 아닐까. 나름대로 제법 멀쩡하게 돌아다니기도 했었다는 것이다.
오늘 처음 봤다. 설마 쭈꾸미가 꼬맹이를 걱정하다니. 꼬맹이를 보고 울고, 다시 나를 보고서 울고. 마치 꼬맹이를 어떻게 해달라는 듯이. 병원에 맡기고 돌아와서도 계속 울어댄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일어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병원에 데려가니 중증의 당뇨와 간경변. 살 수 있을지 여부도 저녁이나 되어서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지치는 것도 있고. 매년 아프니까. 아플 때마다 그렇지 않아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 더 곤란해질 뿐이니까. 세상에 호상이라는 것이 있구나. 갑작스럽게 전혀 예고없이 대비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떠난 쭈그리가 그래서 때로 고맙기조차 하다. 서운하지만 그래서 아프지 않을 수 있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힘들지 않을 수 있었다. 꼬맹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일찌감치 발견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공교로운 사정들이 참 안타깝고, 이런 순간에 이런 생각밖에 못하는 자신이 밉다. 사람도 돈없어서 치료못받고 죽어나가는 세상인데. 건강보험은 지켜야 한다. 건강보험 없이 의료비 나가는 거 생각하면 그냥 정신이 다 아득하다.
12살이다. 올해 딱 12살이다. 아마 이맘때였을 것이다. 그녀석 태어난 것이. 쭈그리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났다. 마음이 아프다. 저녁에 또 찾아가봐야 한다. 무엇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다. 너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