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꼬맹이도 떠났네요

까칠부 2017. 4. 5. 23:49

당뇨란 게 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이 힘든 병입니다. 병구완하는 입장에서도 그래요. 주사에, 약에, 전용사료에, 식사관리에, 그래도 혹시라도 녀석이 깨어난다면. 스스로 밥도 먹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진다면. 그런데 병원 수의사선생님이 언제 밥을 먹을 수 있게 될 지 모른다네요. 기약없이 지켜봐야 한다고.


하필 내가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을 때 아픈 바람에. 아니 아프기는 전부터 아팠죠. 단지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을 뿐. 건강해지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것이 사실은 아파서 생기는 증상이었습니다. 그저 밥 잘먹고 물 잘 먹고 오줌 시원하게 누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었건만. 어째서 잠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고 항상 붙어있으려고만 했던 것을 외로움 때문이라 여겼던 것일까요. 그렇게 다가와서 항상 잠만 자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던 탓입니다.


결정을 해야 했어요. 그동안도 몇 번이나 고비가 있었습니다. 처음 발병했을 때부터 몇 번이나 위독해서 병원에 달려가면 혹시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 했었죠. 꽤나 큰 돈을 병원비로 매번 지출해야 했지만 그래도 녀석이 살아있으니까. 건강하니까. 그럴 수 있다는 기약만 있었다면. 돈이야 얼마가 들든. 수고야 얼마가 더 들어가든. 그래서 녀석이 다시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희망없는 치료를 자기를 희생해가며 견딘다는 것은 꽤나 힘들고 무엇보다 두려운 일입니다.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을 계속 보고 있는 것도 힘들었구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어요. 이해해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구요. 원망해야죠. 미워해야 하고. 그리고 아무 미련없이 떠나야죠. 쭈그리랑 같이 보내주려구요. 항상 쭈그리랑 함께였으니 갈 때도 같이 갈 수 있게. 다행히 아직 쭈그리를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돌아오면 함께 볕좋은 날 보내주려구요.


12년이네요. 나랑은 12년에서 한 달이 모자를 거에요. 태어나서 한 달만에 왔는데 그것이 5월이었으니까. 쭈그리랑은 그보다 조금 짧았었고. 휑하네요. 지금이라도 어디선가 야옹울면서 다가와 무릎 내놓으라고 할 것 같은데. 밥 내놓으라며 말똥히 쳐다볼 것 같은데. 쭈꾸미 녀석도 꼬맹이마저 없어지니 꽤나 동요하는 눈치입니다. 불안해해요. 일상이 부서지네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라져갑니다.


술먹을 거에요. 미친 듯이 먹고 쓰러져 자야죠. 자고 있으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테니까. 꿈도 꾸지 않을 거에요. 꿈꾸면 생각날 거잖아요. 아예 처음부터 몰랐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해 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미안해서. 비를 맞고 병원에서 돌아왔었죠. 비는 아직 내리네요. 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