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여왕 - 추리보다 관계, 주변의 이야기로 채우다
흥미롭게도 이번에는 시누이 김호순(전수진 분)이 탐정역할을 맡는다. 사건은 드라마의 끝에나 일어나고 있었다. 대부분은 중심인물들의 관계 이야기다. 유설옥(최강희 분)의 남편 김호철(윤희석 분)과 형사 하승완(권상우 분)에게 이끌리는 변호사 정지원(신현빈 분)이 아버지 하재호(장광 분)를 중심으로 장도장(양익준 분)과 어떻게 얽히는가를 보여준다. 장차 유설옥과 하승완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집안에서 유설옥이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김호철이 가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김호순을 통해 듣게 된다. 유설옥이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김호철은 어떻게 진심을 감추며 그것을 듣는가. 앞으로 유설옥과 김호철 사이에 불거지게 될 갈등에 대한 복선이다. 하긴 김호철은 벌써 아내 유설옥이 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유설옥이 아닌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서 증언을 무효화시킨다. 하승완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도 모르고 유설옥은 그저 자기의 진술로 장도장을 잡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세상에 사소한 사건은 없다. 모든 사건은 각자에게 중대하다. 그저 속옷도난사건이라. 그저 여자 속옷이나 훔치는 도둑이라. 그런데 살인으로 이어진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핫팬츠 입고 소개팅 나가는 것이 꿈이라던 젊은 아가씨다. 유설옥과 친구 김경미(김현숙 분)의 가게도 대신 봐주고 했던 손님이다. 그만큼이나 피해자가 두고 간 도시락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러면 이제 유설옥은 어떻게 하승완과 함께 범인을 잡을 것인가./
한국드라마만의 특징이기는 하다. 관계에 집착한다. 정작 추리드라마인데 추리보다는 주위의 관계에 더 관심을 집중한다. 사건도 없고, 추리는 더욱 없고,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김호순에게 탐정 역할까지 맡기고 만다. 그냥 형사이고, 그냥 가정주부이고, 그냥 일상의 이야기다. 필요한 숨고르기이기는 하지만 장르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기도 할 것이다. 주변의 이야기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