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관계란 불편이다 - 과도기의 현대사회에 대해

까칠부 2017. 5. 6. 03:58

확실히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게는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현실이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바로 얼마전까지 늘 보던 익숙한 얼글들과 거의 바뀌지 않는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잘 알지도 못하고 잘 알 리도 없는 잘 알 것 같지도 않은 사람들과 함께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일까?


타인과의 관계란 결국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고양이를 기르는 것과 같다. 온통 사방이 털이다. 시도 때도 없이 토하고 울어대고. 더구나 똥오줌까지 직접 다 치워야 한다. 그래서 기르지 못한다. 그래서 기르다 말고 내다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소중한 가족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오히려 더 자신을 귀찮게 성가시게 불편하게 괴롭혀주기를 바란다. 메저키스트라서가 아니다. 그만큼 자기가 상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과시하고픈 욕구다. 그만큼 본전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면 사랑이 식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차피 함께 살아야 하는 이웃이니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니까. 같은 시민이고 국민이고 인간일 테니까. 그러니까 때로 민망하고 성가신 상황을 만나도 나름대로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거니. 그다지 심각하게 자기에게 피해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면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아침밥을 못먹고 급히 출근하느라 지하철에서 김밥을 먹을 수도 있고, 늦게까지 일하느라 피곤해서 자기도 모르게 옆자리 앉은 사람에게 기대 잠깐 졸았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싸준 김치를 싸들고 자취방으로 가는데 냄새가 새나오는 걸 어찌하라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불편하다. 나를 불편케 하지 말라. 그러니까 그렇게 자기가 감수해야 할 불편의 크기가 상대의 필요보다 더 우선해야 할 만큼 중대한가 하는 것이다.


잠깐 참으면 된다. 냄새 좀 불편한 것이야 그래봐야 얼마 가지도 않는다. 설사 도저히 불편해서 견딜 수 없을 상황이라도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정도의 매너는 필수다. 워낙 내가 남의 일에 관심이 없어서인가. 버스든 지하철이든 극장이든 어지간히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는 정도가 아니면 그냥 무시한다. 살짝 귓속말로 조용히 이야기하는데 우연히 들리는 건 들은 내가 나쁜 것이다. 상대가 배려하면 그 만큼 자신도 양보해준다. 그러니까 아예 일부러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치 않고 자기 주장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만큼 나 역시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 그냥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알아야 한다. 그럴 필요 없다. 나와 상관없는 타인이다. 어차피 나와 상관없이 살아갈 그냥 타인에 지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이해받지 않아도 좋다. 서로 모른 채로도 그렇게 그냥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남는 것은 그곳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 하나. 그래서 부처는 옷깃만 스치려 해도 3천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무심한 타인끼리 한 공간에 존재하기 위한 첫째 전제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상대와 지금의 순간을 존중한다.


프로불편러의 이유이기도 하다. 어차피 사람은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다르다. 같은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인간은 제각각이다.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너무 이해하려 한다. 너무 지나치게 알려 한다. 타인을 타인인 채로 두지 않는다. 상관없이도 그들은 존재한다. 당연한 사실인데. 물론 대부분은 아무일없이 그저 무심히 지나치고 마는 경우가 더 많다. 소수의 한가한 사람들이 문제다. 너무 어리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그러므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곤란해하는 사람이 있다. 비례의 원칙이다. 어느쪽이 더 급하고 더 중한가. 대개는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급하거나 진지해져야 할 만큼 중요할 일은 없다. 역시 심심한 모양이다. 에너지가 넘친다. 내리는 결론이다. 쓸데없이 힘만 뻗치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