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양이와 쥐의 역설, 쥐를 잡을 수 없는 이유...

까칠부 2017. 5. 7. 01:01

원래 고양이는 쥐잡으라고 기르던 것이었다. 쥐의 천적인 탓에 고양이 몇 마리만 있어도 집안에서 쥐가 마음놓고 활개치고 다니는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고양이가 더이상 쥐를 잡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실제 우리집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바퀴벌레약도 조심스럽게 쓰고 있다. 뿌리는 약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먹이는 약도 꺼려서 주로 끈끈이로 바퀴벌레를 잡는 편이다. 바퀴벌레를 죽일 수 있는 약은 고양이도 죽일 수 있다. 고양이가 바퀴벌레를 살린다.


쥐약을 놓지 못한다. 어려서 기르던 고양이가 쥐약먹은 쥐를 먹고서 죽은 적 있었다. 쥐덫 역시 고양이가 걸려서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 약도 못쓰고 덫도 못놓고, 그런데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한다. 집안에서 쥐가 활개치는데도 손놓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사실 모든 것이 그렇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더욱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쥐를 잡는다는 것이 만에 하나 혹시 모를 고양이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행위인가. 쥐가 있다고 크게 불편할 것은 없다.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서 냄새 좀 나는 것 말고 덕분에 집안에 벌레도 거의 보이지 않으니 아주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고양이가 다치는 것에 비하면.


쥐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고양이가 다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항상 우선하는 것이다. 차라리 쥐를 내버려두지 고양이가 다치게 두지는 않겠다. 덕분에 쥐놈들은 바로 내 눈앞에서 당당히 활개치며 방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곤충마저도 직접 손으로 잡아 죽이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다.


쥐먹을 것이 없다. 아예 먹을만한 것을 집안에 남겨두지 않는다. 바퀴벌레도 사라진다. 집안에 그 많던 벌레들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럭저럭 만족한다. 쭈꾸미놈은 하루종일 잠만 잔다.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