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 그리고 아주 상쾌한 이야기...

까칠부 2017. 5. 26. 02:03

어쩌면 장르의 엄밀함으로만 따지면 다른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추리의 여왕' 쪽이 더 완성도가 높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주인공이 추리도 하고 사건도 해결하니까. 주인공이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을 항상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하게 보여준다. 하긴 어차피 '수상한 로맨스'는 주인공들의 직업이 변호사인 것이지 법정드라마라 보기는 어렵다. 그냥 로맨스 드라마다. 변호사인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차라리 '수상한 로맨스'를 보게 된 것이다. 어정쩡하다. '제시카의 추리극장' 같은 본격적인 장르드라마를 기대했었는지도 몰랐다. 주부로서 가사라고 하는 현실과 추리라고 하는 꿈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그런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주부로서 주인공이 겪고 있는 현실이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것도 아니면서 정작 저것도 아니었고. 그에 비하면 '수상한 로맨스'는 얼마나 단순한가. 기분나쁠 정도로 상쾌하다. 이 드라마는 서로 사랑하는 드라마다.


오랜만에 사건이 일어났다. 무려 살인사건이다. 어쩌면 은봉희(남지현 분)가 연루되어 있는 살인사건의 진범과 관계있는 사건인지도 모른다. 유력한 용의자가 은봉희를 변호사로 선임하면서 사건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러면 어찌되었든 당장 자신들이 맡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전력을 투구해야 할 것 아닌가. 피의자의 무죄를 밝히고 드라마이기 때문에 진범도 잡을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재판이 시작되려는 순간 차유정(나라 분)의 건강상태가 드라마를 원래의 로맨스로 바로 틀어버린다. 자신들이 지금 어쩌면 억울할지 모르는 피의자로부터 의뢰를 맡았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서로의 이야기로 정신이 없다. 그리고 끝내 은봉희는 돌아온 노진욱(지창욱 분)을 끌어안고 고백하고 만다.


지지부진 어설프지 않다는 것이다. 어긋난 길일 지언정 명확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사랑하는 드라마다.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로맨스 드라마다. 모든 사건들은 그를 위해서 일어난다. 심지어 은봉희가 드라마에서 변호사로써 처음 맡았던 사건조차 노지욱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어떤 목적으로 등장한 것일까? 결국은 노지욱과 은봉희와 지은혁(최태준 분)과 차유정 사이의 얽히고설킨 사랑이야기라는 것이다. 더구나 다행하게도 지창욱이나 남지현이나 나라 모두 상당한 매력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선남선녀라면 사랑하는 모습도 예쁘기만 하다.


어설프게 법정드라마 흉내를 냈다면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괜히 법정에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정작 중요한 중심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묘사를 소홀히 넘어갔다면 진짜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변호사라고 남의 변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검사라고 항상 나쁜 놈들 잡아넣을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친 요즘이라 더욱 상쾌한 탄산음료같다. 자극적이지만 답답한 여름에는 필요하다. 시원한 맛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