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호러블...
까칠부
2017. 5. 27. 08:13
쥐약이 먹으면 일정시간 있다가 밝은 곳을 찾아 기어나와 죽는 약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자고 일어났더니 쥐 한 마리가 눈앞에 자빠져 있을 줄이야.
그리 큰 집이 아니다. 작은 방 두 개가 전부다. 아마 쥐는 최소 6마리 이상.
첫 한 마리인데, 이후가 두려워진다. 알뜰하게 뿌려놓은 쥐약을 죄다 먹어치웠었다.
확실하게 죽었는지 알지 못해 아직은 내버려두고 있는 중.
이것도 못할 짓이다.
향 사다가 명복이나 빌어줘야겠다.
생각하는 건데 난 전생에 돌팔이 땡중이었던 듯.
살생의 의미를 몰라 그 뜻을 알라고 전생한 게 아닐까?
쭈꾸미만 아녔어도 굳이 쥐잡는다 이 짓 할 일은 아니었었는데.
다행히 쥐 죽은 거 보고도 쭈꾸미놈은 사료만 찾는다.
가장 큰 불안이었었다. 어차피 쥐 보고도 쫓지 않는 놈 입까지 까다로우면 걱정할 건 없을 텐데.
아침부터 식겁했다. 저녁까지 가만 있으면 그때 치워야지.
끈끈이덫에 걸린 쥐가 피를 토하고 죽어 있더라.
아예 쥐약 미끼를 물고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가는 놈도 봤다. 새끼가 있는 걸까?
삶이란 그래서 잔혹한 것이다. 새삼 내가 자르고 있는 고기가 누군가의 죽은 사체라는 갈 깨닫는다.
무지했다. 단지 그것 뿐. 고타마의 고뇌를 읽는다.
나는 아무래도 길을 잘못 선택했다. 아마 그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