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 괜한 고민,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용의자

까칠부 2017. 6. 1. 10:33

그런 고민은 변호사가 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을 잡아 기소하는 것은 검찰의 역할이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살펴서 판결을 내리는 것은 판사의 일이다. 변호사의 역할은 자신의 의뢰인을 믿고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그를 보호하고 돕는 일이다. 하긴 노지욱(지창욱 분)이 자의로 검찰을 그만둔 것이 아니기는 했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지키기보다 검사로서 범죄자를 응징하는 역할이 더 익숙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재미있을 수 있었다. 범죄자를 증오한다. 여전히 검사였던 기질이 남아 범죄를 밝히고 범죄자를 잡는 일이 더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결고 마침내 의뢰인의 결백을 밝혀낸다. 그런데 과연 자신이 믿고 변론한대로 의뢰인은 무죄였던 것일까? 변호사로서의 의무와 인간의 양심이 충돌한다. 변론의 기술과 실제의 정의가 모순을 이룬다. 결국 어쩌면 변호사인 자신이 진짜 범인을 도와 법적으로 면죄부를 받도록 도운 것일지 모른다. 법이란, 정의란, 양심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어차피 이 드라마의 주제는 그런 법정에 있지 않으니까. 노지욱과 은봉희(남지현 분) 사이에 있고, 노지욱과 차유정(나라 분) 사이에 있다. 아니면 지은혁(최태준 분)과 차유정 사이에 있을지 모른다. 일관되게 한 사람의 범인을 쫓는다. 은봉희가 아직 쓰고 있는 살인누명의 진범을 찾고 있다. 그나마 과정에서 만난 의뢰인마저 어쩌면 그 진범과 관계있을지 모른다. 반전이라기보다는 진범을 쫓는 과정에 있다. 당시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는 과정에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 과연 이번 사건의 의뢰인 정현수(동하 분)는 은봉희가 누명을 쓴 사건의 진범과 무슨 관계인 것일까. 어떤 의도로 은봉희에게 접근하고 있었던 것일까.


뜻밖에 이번 회차에서는 로맨스의 비중과 강도가 그리 크지 않다. 쉬어가는 듯하다. 역시나 로맨스의 법칙대로 지레 겁먹고 머뭇거리는 쪽이 있다. 나아갔다 물러나고 다가갔다가는 멀어진다. 그렇게 한 번에 좋아한다고 이루어지면 세상에 로맨스라는 장르는 없었을 것이다. 오해하고 엇갈리고 서로 꼬이는 과정이 드라마를 만든다. 오랜만에 법정에서의 공방에 비중을 두는가 싶더니 결국 가는 길의 도중에 있었다. 모든 의혹이 풀리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두 사람의 감정도 더이상 엇갈리는 일 없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감각이 돋보인다. 그보다는 알리바이다. 주인공들은 변호사다. 검찰과도 무관하지 않다. 법정에서 만나야 한다. 법정에서 자신들의 일을 해야 한다. 나름의 고민과 갈등이 있다. 하늘 위에서 이슬만 먹으며 사랑만 해도 되는 이들이 아니다. 지나치게 달달한 감정에만 도취되지 않도록 적당한 긴장과 반전을 섞어준다. 우리는 사랑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사랑만 하게 된다. 드라마는 역시 재미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