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파트너 - 그래도 그들은 사랑만 한다...
정현수(동하 분)야 말로 장희준을 죽이고 은봉희(남지현 분)가 누명을 쓰도록 만든 진짜 살인자였다. 은봉희의 주위를 맴돌던 수상한 인물 역시 단지 정현수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 하수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현수가 그 전화내용을 도청하고 약속장소에 한 발 먼저 도착했다. 위기의 순간, 그러나 뒤따라 달려온 노지욱9지창욱 분)으로 인해 그 앞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조금은 긴장하려는 순간에조차 드라마는 철저히 모든 것을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장희준이 살해당한 것조차, 그 진범의 정체마저도, 두 사람이 변호사로서 맞닥뜨리는 사건들 하나하나가 두 사람의 서사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거창한 사랑을 하려고 이리 모든 것들이 그들을 위해 소모되어야 하는가. 하지만 지켜보는 남들은 몰라도 자신들에게 사랑이란 운명이기도 할 테니까. 때로 사람은 사랑에 인생이 바뀌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노지욱과의 관계가 뜻대로 진전되지 않는 듯하자 은봉희는 감당하기 힘든 절망과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혼자서 문앞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살인의 동기는 단순했다. 정현수가 사람을 죽이는 현장을 은봉희가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목격했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순간 창문을 열었을 뿐이고 고개가 그리로 향했을 뿐이었다. 눈이 그리로 가 있다고 모든 것을 보았을 것이라 여기는 것도 제 발 저린 도둑의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착각이 목격자인 은봉희를 죽이고자 하는 살의로 이어졌고 마침내는 은봉희를 찾아온 장희준을 실제 살해하도록 만들었다. 여러 우연이 겹치며 은봉희는 장희준의 살인자로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지금도 의심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정현수가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몇 사람이나 더 죽이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드라마의 중심은 노지욱과 은봉희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이므로 그에 대해서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 배우 동하의 광기에 가까운 연기가 어쩌면 연쇄살인범 정현수의 내면까지 보여주는 듯하다.
그냥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만 한다. 눈뜨면 사랑하고 숨쉬면서 사랑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사랑한다. 아닌 척 하면서도 매순간 그들은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더 돌아가야 한다. 벌써부터 이렇게 간절한데다 모두가 그들을 돕고 있으니 조금만 솔직해져도 바로 모든 이야기는 끝나고 만다. 한 사람은 비겁하고 한 사람은 찌들어 있다. 한 걸음 내딛기가 그리 어려운 캐릭터들이다. 그런데도 긴장을 놓치지 않는 것이 능력일 것이다.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