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광기, 용의자를 탈출시키다
이거 재미있어지려 한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시놉시스가 어떻고 인물들 사이에 관계가 어떻고 그러니까 어떤 장면이 앞으로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어떤 사전정보도 지식도 기대도 없이 그저 제작진이 보여주는대로만 충실히 따르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조금 놀랐다. 설마 거기서 장득천(정재영 분)이 경찰이라는 자신의 신분마저 무시한 채 호송중인 용의자를 탈출시킬 줄이야.
딸의 유괴와 현직 경찰이 어떤 식으로 얽힐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사랑하는 딸이 - 더구나 자신의 잘못으로 엄마가 죽고 백혈병으로 시한부이기까지 한 애처로운 자신의 핏줄이 누군가에게 납치되었을 때 과연 형사 장득천은 어떻게 딸을 되찾기 위해 나서게 되겠는가. 혹시나 최조혜(김정은 분)가 돕지 않을까 싶었지만 눈만 땡그란 표정없는 얼굴 만큼이나 지나치게 차갑고 이성적이다. 어차피 장득천에 대한 아무런 정도 의리도 납치당한 딸 장수연(이나윤 분)에 대한 애정도 내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수사를 지휘해야 할 검사가 사건의 진실이나 진범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고 납치당한 피해자까지 포기한 상황이라면 형사라는 신분은 딸을 찾는데 방해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설마 현직 형사가 자신이 잡아넣은 용의자 이성준(양세종 분)을 구하기 위해서 경찰 호송차를 직접 덮치기까지 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 명실상부 장득천은 유력한 용의자를 탈출시킨 범죄자로서 경찰의, 무엇보다 최조혜의 추적을 받아야 한다.
어찌보면 흔한 도주물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면서 진짜 범인을 쫓는 장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누명쓴 것은 장득천이 아니었다. 장득천 자신의 혐의는 전혀 누명이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형사의 신분으로 호송차를 습격해서 용의자를 탈출시킨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니까. 스스로 범죄자가 되어 가면서까지 진범을 찾아야 한다. 그보다 더 절실한 자신의 딸을 찾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딸을 찾아 데려와야 한다. 시한은 아직 은밀하게 숨어 있는 진범들의 사정이 결정한다. 아주 막연한 단서만으로 검찰이 이미 진범으로 확정한 이성준과 함께 진범을 찾아야만 한다. 진범 이성훈(양세종 분)과 이성준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은 사족에 가깝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두 사람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이 장득천의 딸 장수연의 납치와 어울리며 의미있는 내용과 전개로 이어질 것인지.
딸이 납치당하고 갈수록 이성을 잃어가는 아버지 장득천의 모습이 답답하도록 절절하게 묘사된다. 오히려 피해자의 가족인데도 짜증이 일고 화가 치밀 정도로 합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 광기와도 같은 행동들을 보여준다. 딸이니까. 아버지니까. 자신의 잘못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어머니없이 자라야 하는 딸에 대한 연민과 딸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한 걱정, 하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이기에 딸을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혹시라도 장득천이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아닌 확신이다. 하필 장득천과 이성준만이 보았던 진범 이성훈의 모습이 주위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더욱 이야기를 수렁으로 밀어넣는다. 보면 그냥 안쓰러운 마음보다 정신 차리라며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정재영이 연기한 장득천은 자식을 잃어 미쳐가는 아버지 그 자체였다. 그 불합리한 혼돈에 사로잡힌 모습이 이후 그의 무모한 결정을 정당화한다.
역시 드라마에서 가장 큰 합정은 표정연기조차 되지 않는 어색한 얼굴의 검사 최조혜일 것이다.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한데 표정이 없어도 너무 없다. 원래 그런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인간적인 정도 의리도 없이 도로지 자신의 실적과 성공만을 쫓는다. 이성과 타산을 위해서만 살아간다. 정반대타입의 인간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울려야만 한다. 적으로 돌아서야 한다. 무게감이 아쉽다. 장득천은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