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 절묘한 밸런스, 로맨스는 하드보일드로 완성된다

까칠부 2017. 6. 8. 03:40

결국 로맨스란 만나고 사랑하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만나고 어떤 계기로 서로 사랑하게 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사랑이 이루어진가 하는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근본적인 얼개 자체는 거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항상 새로운 사랑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 뻔했다. 이미 은봉희(남지현 분)만큼이나 노지욱(지창욱 분) 역시 은봉희에게 이성으로서 이끌리고 있었다. 시청자 뿐만 아니라 대표인 변영희(이덕화 분)도, 친구인 지은혁(최태준 분)도, 검사시절부터 함께 일했던 사무장 방계장(장혁진 분)까지 사무실의 모두가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아니라 하니까. 그런 것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니까. 가까운 이들이다. 아들처럼, 동생처럼, 오랜 친구로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오던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이 바보같은 커플이 언제까지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고 속일 수 있을까?


과연 프로는 프로였다. 공중파 주간 미니시리즈를 쓴다는 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동어반복은 지치고 말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차피 남의 밀당 따위 언제까지나 기분좋게 인내하며 지켜봐줄 시청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노지욱이 은봉희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 그리고 은봉희가 애써 원망과 복수심에 그를 튕기려 하고 있었다. 이미 밀당이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서로 사귀네 마네 하는 단계지만 지켜보는 주변의 입장에서는 이미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랑하니까 밀당도 한다.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니까 어차피 돌아올 것을 알고 밀어내고 쳐내기도 한다. 굳이 이미 시청자에게 틀겨버린 것 괜히 눈가리고 아웅하며 멀리 돌아가지 않는다. 대신 드라마의 또다른 축 은봉희의 전남친 장희준(황찬성 분)의 살인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한다.


노지욱이 가장 먼저 장현수(동하 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장희준의 아버지인 검사장이 차유라(나라 분)들에게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했다. 노지욱이 자기를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현수가 거꾸로 치고 들어오는 것을 은봉희가 잡아챘다. 너무 만만하게 봤다. 무려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사법연수까지 마친 변호사다. 노지욱이 얼버무린 한 마디를 잊지 않고 있다가 장현수의 의심스러운 점을 찾아내고 만다. 차유라는 은봉희를 수사하고, 노지욱과 은봉희는 진범 장희준을 쫓고, 그리고 장희준으로부터 도망쳤다가 살인의 누명까지 쓰게 된 고찬호(진주형 분)가 물속에서 살아서 나오고 있었다. 과연 지금가지의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러브코미디를 어떻게 하드보일드의 스릴러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다. 어쨌거나 장희준은 은봉희의 전남친이다. 노지욱에게도 차유라는 과거의 여자다. 감정은 정리되었어도 관계까지 모두 정리된 것은 아니다. 차유라의 주위를 아직도 지은혁이 맴돌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 사이의 감정이 군더더기 없이 서로에게 전해지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진범을 잡아서 은봉희의 누명을 풀어야만 한다. 이 또한 절묘한 부분이다. 유쾌한 러브코미디가 자연스럽게 하드보일드와 교대하고 다시 러브코미디의 여지를 남긴다.


아직 연기면에서 상당히 어색하기는 하지만 차유라의 매력이 상당하다. 개성이 강하다 여겼는데 어느새 그 개성을 죽이는 법까지 아는 듯 보인다. 원래 겉보기와 다르게 빈 구석이 많은 엘리트 검사다. 훤칠하고 야무진 외모와 뜻밖의 허술함이 잘 어우러진다. 배우 나라의 이름을 기억한다. 확실히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