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 - 사면초가, 청렴하고 유능한 검사의 고전

까칠부 2017. 6. 19. 02:18

하긴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가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너무 진부하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바로 많은 사람들이 그같은 의심을 품었다는 자체가 이미 반전으로 쓰기에는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한 클리셰라 할 수 있다. 뜻밖의 전혀 다른 지점을 헤집는다. 자신들의 부정을 감추기 위해 한 사람을 모함하여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해버리고 말았었다. 어쩌면 그로 인한 원한이 아닐까.


즉 박무성(엄효섭 분)을 살해한 것은 박무성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영원히 은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박무성의 죽음을 이슈화시켜 그를 둘러싼 진실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힘있는 이들에 의해 철저히 묻혀 버린 진실이 이를 통해 특히 타협이라고는 모르는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으로 인해 살인의 진범과 함께 세간의 화제가 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일까?


검사를 상대로 거는 싸움이었다. 당장 검찰내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여겨지는 황시목을 상대로 검찰 전체를 걸고 범인이 거는 싸움이었다. 영은수(신혜선 분)와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원래 한여진(배두나 분)의 역할이 이런 것이었을까. 사람과 사람의 감정과 관계에 미숙한 황시목에게 보편적인 이해와 감상을 전해준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졸지에 속물이 되어 사랑하는 이를 저버려야 했던 한 남자의 분노를 정작 여성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단순히 박무성 하나가 아닌 과거의 어떤 사건과 관계된 다수를 타겟으로 한, 진실을 목적으로 한 범죄였다.


공자는 말했다.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다. 하지만 한 편으로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중국인들은 여기고 있었다. 덕이라나 봐주는 것이다. 적당히 부정도 비리도 탈법도 불법도 각자의 사정을 헤아려 봐주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가진 모든 모순들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가족이라서 외면할 수 없다. 친구라서, 동창이라서, 혹은 동향사람이라서. 그런데 그런 것들을 처음부터 아예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원망만 쌓일 뿐이다. 오히려 황시목과 함께 일하면서도 서동재의 도움을 받는 사무실 직원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진짜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은 인정과 이해다. 그러나 황시목에게 그런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외롭다. 선배도 동기도 동료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깝다고 배려하는 법 없이, 같은 일을 하나다고 온정을 베푸는 일 없이, 오로지 사실만으로 범죄를 쫓는 일에만 여념이 없다. 좋은 검찰이란 어떤 검찰인가. 좋은 검사란 어떤 검사인가. 최소한 검찰이라는 조직의 입장에서 평가했을 때 황시목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함검찰인 것이다. 그래서 황시목은 언론이 보도한대로 나쁜 검찰인가.


하필 검찰개혁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의 부패란 개인의 부패인가. 검찰의 부정과 비리는 오로지 각각 개인의 부정이고 비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자본의 개가 되었다. 권력의 개가 되었다. 검찰이라는 조직에 순응하여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한 개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강진섭이 하필 억울한 누명을 썼던 이유였다. 과연 검찰의 수사가 진실인가. 검찰에 의해 유죄가 되었다고 그는 죄인인 것인가.


황시목과 살인사건을 두고 주위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아예 멀리 떨어진 재벌기업마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저 한 개인의 잘못은 그대로 세상 속이 몯히고 만다. 진실은 그같은 개인의 잘못이 사회 전체에, 구성원 개인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한 번 자신이 기소한 사건의 당사자를 만나게 된다. 묘한 인연으로 함께하게 된다. 진실은 하나다. 쉽지 않은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