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쌈 마이웨이 - 더 소중하기에 더 서툴고 어색한, 그러나 빠른 갈증과 욕망

까칠부 2017. 6. 27. 02:14

서툰 것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대충해도 되다면 굳이 서툴 필요도 없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제대로 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지금의 자신이 못마땅하다. 지나고 나면 뭐가 그리 후회가 많이 남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은 그 시절만의 빛나던 순수였을 것이다.


그만큼 서로 나이가 이미 적지 않은 탓일 것이다. 그만큼 많은 것을 보았고 겪었고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서로에게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박혜란(이엘리야 분)의 말처럼 이대로 헤어지고 나면 두 사람은 더이상 친구조차 아니게 된다. 수십년 서로에게 기대며 위로받아온 시간들이 그것으로 끝나게 된다. 두 사람 모두와 맺은 인연들 역시 어색해지고 만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년과 소녀였다면 그들보다는 더 과감해지지 않았을까.


매순간이 조심스럽다. 오히려 성인으로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가 껄끄럽고 민망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자신을 상대가 혹시나 거절하지는 않을까. 그로 인해 자기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격투기는 그냥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 분단위로 고동만(박서준 분)과 최애라(김지원 분) 커플이 느끼는 감정을 쪼개서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그런 감정이 너무 두렵고 당혹스럽고 때로 자기를 통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머리로 생각하는대로 다 된다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지켜는 입장에서 더 감질나고 안달난다. 저들은 왜 저렇게밖에 못하는 것일까.


백설희(송하윤 분)는 아직도 김주만(안재홍 분)을 사랑하고 있다. 반면 김주만은 이미 백설희를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설희가 느끼기에 불만족스러운 김주만의 모호함은 오히려 장예진(표예진 분)을 만났을 때 더 단호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그냥 당연하게 옆에 있는 것이기에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아무일없이도 그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기에 더 더해야 할 말이 없다. 이런저런 고민도 하지만 결국 돌아갈 곳은 그녀의 곁이다. 하지만 아직 백설희는 김주만과 연애하는 중이니까. 아직 서로 설레는 만큼 두렵고 불안하기도 하다. 어쩌면 그가 자신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김주만의 가족들로부터 받았던 홀대와 멸시가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족들이 그렇다면 과연 김주만은 어떨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과 벌써 익숙해질만큼 오래된 커플의 대비다. 드라마가 아름다운 이유다. 철저하게 반대편에 그만큼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원래의 이야기를 진행한다. 고동만과 최애라가 있다면 김주만과 백설희도 있다. 두 사람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을 때 김주만과 백설희는 이미 오래된 부부와 같았다. 두 사람이 막 시작하려 하고 있을 때 김주만과 백설희는 오랜 권태에 시달리고 있었다. 너무 익숙해서 생기는 오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해해 줄 것이다. 긴 친구사이 동안 너무 내외없이 털어놓은 이야기들이 고동만과 최애라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너무 격의없었다.


최애라의 아나운서를 향한 꿈이 격투기 아나운서까지 바라보게 된다. 여전히 고동만이 시합하는 것을 보지는 못하지만 고동만이 포기하지 않겠다면 같은 무대 위에 함께 서 주겠다. 아나운서라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방송국 어느 무대라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고동만보다 최애라가 한 발 앞섰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소중해서 누군가는 좋아하는 것을 더 마음껏 즐기지만 누군가는 그마저 꺼리고 두려워 삼가게 된다. 아직 고동만은 이종격투기를 하면서 그라운딩을 거부하고 있다. 지금은 입식타격만으로 충분하다. 진짜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지 못한 탓이다. 자기가 서는 무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 황복희(진희경 분)와 코치 황장호(김성오 분)가 서로 아는 사이였다. 정확히 황장호가 황복희를 알고 있었다. 그의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다. 황복희가 찾는다는 아들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이제서야 비로소 이같은 디테일한 설정이 등장한 이유는 이후의 전개와 관계가 있는 탓일까. 전까지는 아무래도 좋은 지나가는 조역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다.


아무튼 최애라의 말처럼 23년이나 멀리 돌아온 사이라 진전이 무척 빠르다. 사귀기는 며칠 전부터지만 서로 알아오기는 20년이 넘어간다. 최애라가 고동만을 좋아한 것도 거의 10년에 가깝다. 미니시리즈라 분량도 짧다. 공중파만 아니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감질나는 갈증을 더한다. 서로에게 서로가 아직 어색하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