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 - 마침내 드러난 범인의 실체, 더 깊어지는 미궁

까칠부 2017. 7. 3. 03:38

황시목(조승우 분)의 말처럼 과연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 살해당한 박무성은 검찰은 물론 각계에 향응과 금품을 제공해 온 이른바 스폰서였다. 그 다음 납치되어 살해당할 뻔한 김가영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올가미이기도 했었다. 박무성을 죽여 응징하고 김가영을 납치해서 적나라하게 세상에 까발린다. 그렇다면 범인의 실제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결코 쉽게 가는 법이 없다. 서동재(이준혁 분)가 김가영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일부러 사건을 조작해서 박무성의 아들 박경완을 존속살해 및 술집종업원의 납치살해미수범으로 만들려 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김가영의 핸드폰을 살인의 증거로 만들려 박무성이 살해된 그의 집에 감추려 했었다. 하지만 사실 서동재가 가지고 있던 김가영의 핸드폰마저 김가영을 납치한 범인이 일부러 떨어뜨리고 간 것이었다.


설마 영은수(신혜선 분)였던 것일까? 영은수 자신은 무리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 사주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수 있다. 서동재와 황시목이 차례로 김가영을 찾기 위해 검찰청을 나서던 그 순간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서동재와 같은 시각에, 혹은 그보다 먼저 김가영의 집에 도착했다면 김가영을 납치한 것은 영은수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 실제 마치 진짜 자기가 범인인 것처럼 서동재 앞에서 영은수 자신이 직접 연기해 보이기도 했었다. 영은수보다 확실한 동기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박무성을 죽이고 마치 경고하기라도 하듯 접대에 동원된 김가영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피투성이로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설마 그마저도 서동재를 떠보기 위한 함정이었을 줄이야. 그리고 황시목이 증거물 보관소에서 무기를 찾은 이유 역시 영은수를 뒤따라기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니.


서동재는 범인이 아닌 것일까? 하지만 서동재가 영은수의 뒤에 황시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황시목의 무심한 한 마디는 실제 사실이기도 했었다. 영은수를 뒤쫓아가 서동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모두 모르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반전이 일어난다. 황시목이 다시 오리무중에 빠진 상황을 정리하기도 전에 누군가 서부검찰청에서 죽은 박무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아온 사실을 폭로하고 만다. 연이어 황시목의 부탁을 받은 김정본(서동원 분)이 박경완이 수사과정에서 자백을 강요받으며 폭행당한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다. 과연 어떤 의도에 의해 짜여진 각본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우연에 지나지 않았을까? 경찰로부터 고문당한 박경완의 수사를 지휘한 곳도 서부지청이었기에 모든 혼란의 중심에 놓이고 만다. 검사장 이창준(유재명 분)마저 사태의 수습을 위해 강행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관행이 된 부조리 또한 놓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의 진실보다 사건의 발생과 수사과정을 통해서 한국사회, 특히 검찰과 경찰의 부정과 부조리를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원래 박무성이 살해된 이유부터가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각계에 스폰서가 되어 금품과 향응을 뿌리고 그를 빌미로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검찰과 경찰이 이 추악한 살인사건의 범인일 수도 있다. 익명의 폭로자로 인해 대중이 가지게 된 인식 역시 비슷하다. 그런 주제에 어떻게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범죄자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 공교롭게도 지금 대중이 검찰을 인식하는 것과 비슷하다.


경찰은 자기들이 용의자를 고문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하고, 검찰 역시 검사인 서동재가 증거를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용의자인 박경완을 혐의가 없음을 알면서도 구속하려 하고 무죄가 아닌 기소유예로 처리하고자 한다. 용의자 박경완에게 가해진 혐의가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동안의 수사 역시 충분히 이유있는 정당한 것이었다. 한 사람의 인격은, 인권은 그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되고 짓밟힌다. 하긴 그 와중에도 국방부에서는 일과시간에, 그것도 배속된 병사를 임의로 빼돌려 대동하고 골프를 치러 다닌 사단장의 일을 무마시키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한국사회의, 그것도 공직사회의 추악한 일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더구나 그것이 결코 드라마를 위한 픽션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더 드라마의 시청자들을 절망하게 만든다.


아마 그래서 황시목이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의 일로 전두엽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도 반전이 있었을 것 같다. 한여진(배두나 분)과 함께 있는 동안 유독 황시목은 자주 자신의 감정을 표정으로 내보이고 있었다. 화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뇌의 일부가 제거되어 감정마저 사라졌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무엇보다 감정이 사라질 정도로 전두엽을 절제하면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 역시 사라지고 만다. 물론 전문적인 부분이니 내가 아는 것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황시목의 상태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고 수술한 의사까지 찾아갔음에도 아무일도 없었다고 보고했던 장면이 신경쓰인다. 검사동일체에 상명하복의 엄격한 조직문화에서 과연 상관의 명령을 임의로 무시하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


어찌되었거나 감정이 없기 때문이었다. 감정이 없다는 말은 달리 본능과 욕망이 결여되었다는 말과도 같다. 오로지 왜곡되지 않은 사실만을 쫓는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진실만을 밝히려 한다. 그래서 서부지청의 위기를 돌파할 특임검사로 황시목이 선택된 것이었다. 황시목이라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과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사실과 진실만을 찾아내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전두엽을 도려내서라도 감정과 욕망을 없앨 수 있다면 비로소 제대로 된 검사가 될 수 있다. 서동재가 그들을 물들게 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 그런 인간들이었기에 서동재가 건넨 유혹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 뿐이었다. 조직의 문제인가? 개인의 문제인가? 일단 지금의 검찰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감정과 욕망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하다.


다른 드라마에서였다면 영은수가 황시목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여길 법도 하건만. 한여진과 황시목의 사이도 제법 괜찮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도 가져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 없다. 하지만 황시목이 다시 인간의 감정을 되찾게 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검사가 기계여서는 안된다. 사실과 진실만을 가리는 기계적인 이성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황시목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감정과 욕망을 되찾은 황시목은 어떤 검사가 될 것인가. 로맨스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나 남녀상열지사가 따르기 마련인 것을.


이창준의 분석이 맞다면 범인은 검찰 내부에 있다. 최소한 검찰 관계자 가운데 있다. 세상에 진실을 폭로하고 관계자들을 응징하고 싶어하면서 정작 검찰조직 자체만큼은 지키고 싶어 한다. 그동안 용의선상에서 가장 유력하던 한 사람이 급하게 빠지게 된다. 지금 시점에서 그것도 서부지청의 문제를 폭로해서 노릴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일까? 아직 알 수 없다. 작가에게 놀아나는 기분이다. 그래서 아주 기쁘고 즐겁다. 이것이 스릴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