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최강배달꾼 - 판타지, 그러나 다시 현실...

까칠부 2017. 8. 19. 15:36

씨발 욕나왔다. 대충 예상은 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쉽게 처벌이 이루어질 리 없다. 그런 식으로 사라지기에는 오진규(김선호 분)의 캐릭터가 너무 아깝다. 하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비주류이며 주변부에 있는 배달꾼들이 모여서 마침내 진실을 밝혀내고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하는 장면은 통쾌하지 않은가 말이다.


통속드라마의 미덕을 안다. 그래도 한 번은 이런 식으로 맺힌 것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 척 하는 오진규의 가식과 기만에 치를 떨고 있을 때 이렇게라도 모두의 힘으로 크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다. 가족마저도 그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가족이 그를 경찰에 넘기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끝끝내 그를 경찰에 체포되게 하는 것은 최강수(고경표 분)를 중심으로 뭉친 배달꾼들이었다.


약간은 판타지라서 김이 새기는 했지만 뭐 어쨌거나 좋지 않은가. 우울하기만 한 현실에 가끔 이런 일상을 벗어난 통쾌함도 한 번 쯤 있어주는 쪽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아직 드라마가 끝이 아닌 것은 그렇게 경찰에 체포된 오진규가 다시 정장을 차려입고 모두의 인사를 받으며 등장하는 것으로 충분히 확인시켜준다. 아, 저 놈을 어떻게 자기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수 있을까.


꿈이 안좋은 이유는 자칫 현실과 섞일 경우 현실감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인데 가끔 그것이 헷갈리고 만다. 이단아(채수빈 분)에게 오진규는 그런 꿈이었다. 오랜 숙원을 한 번에 이루게 해 줄 수 있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꿈. 하지만 오진규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비싼 병실에서 비싼 치료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깨진 도자기에 대해서는 그런데 방법이 있었을까? 어쨌거나 제대로 민폐였다. 아예 오진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기대란 것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판타지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배달꾼들이 모여서 오진규가 불법레이싱을 한 증거를 찾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불과 하루만에 자기 일로 인해 지쳐서 흩어지는 장면일 것이다. 내일도 배달을 해야 할 테니까. 조금이라도 쉬어야 계속 배달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은 이것이 통속드라마이기 때문이고, 배달원들을 등장시킨다고 그것이 엄밀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일하는 중국집 주방을 이용해서 자기들끼리 요리를 만들고 배달까지 하는 것도 사실은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때로 불가능한 것이나 해서는 안되는 일까지도 보기 좋게 기분좋게 꾸며낼 줄 안다.


아무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역시 채수빈이다. 사실 최강수는 보여도 그만 안보여도 그만이다. 원래 스토리 자체가 그렇게 치밀하고 의미심장한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 보기 좋고 듣기 좋고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주말에 잠깐 보고 즐기고 잊기에 좋다. 그런 점에서 남는 것은 채수빈의 매력 뿐.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라 여겼는데 드라마에서 정말 예쁘게 나온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요즘 일주일 가운데 기다리며 보는 프로그램 넷 중 하나다. 조작, 냉장고를 부탁해, 썰전, 그리고 최강배달꾼.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채수빈이 대박이다. 최강수의 캐릭터는 조금 전형적이어서. 이단아 역시 조금 붕 뜬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무엇보다 예쁘지 않은가. 여름에 더 시원한 드라마다. 오감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