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조작 - 참을 수 없는 진부함, 허술함, 남강명에게로 모이다

까칠부 2017. 8. 22. 07:38

드라마란 결국 대사다. 아니 이야기 자체가 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등장인물과 사건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대사인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사이를 이어주는 것 역시 대사다. 이야기란 그렇게 인물과 인물, 인물과 사건, 사건과 사건의 유기적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 때문이다. 대사가 허술하면 이야기도 허술해진다.


신파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뻔하게 눈물 짜는 이야기도 필요한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납득할 수 있는 수단과 형식을, 즉 완성도를 갖추었을 때의 이야기다. 도대체 맥락없다. 더구나 대사도 연출도 진부하기 이를 데 없다. 이쯤에서 이런 눈물짜는 장면 하나 정도 넣어주어야 한다. 이쯤에서 무언가 의미심장한 대사 몇 개 정도 던져주어야 한다. 시청자를 개취급한다. 먹다 남은 찌꺼기를 던져줘도 감지덕지 먹겠거니.


내내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죽은 한철호(오정세 분)에 대한 회상만 몇 번을 보여주는 것일까? 한철호와 관련해서 이석민(유준상 분)과 권소라(엄지원 분)가 나누는 대화 또한 지나치게 친절해서 김이 새 버린다. 절정에서 크게 터뜨렸어야 할 감정을 미리 흘려버림으로써 그동안 고조되고 있던 긴장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흐트려 버린다. 감춰진 진실이 무언지만 궁금해서 보는 드라마는 아니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눈으로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야 한다. 과연 한무영(남궁민 분)이 마주치게 될 형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때 한무영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하지만 알아 버렸다. 남은 건 형 한철호에 대한 명예회복일까?


역시나 공중파드라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노골적으로 통속적이다. 그러니까 형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무영은 형의 진실을 알고도 오히려 구원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알아도 괜찮은, 전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쉽고 편한 진실만을 바란다. 그것은 필경 익숙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대신 한무영더러 쫓으라고 진실을 보다 노골적으로 전면에 드러낸다. 구태원(문성근 분)과 조영기(류승수 분)가 분열하고 한철호와 전찬수를 살해한 범인이 권소라를 노린다. 죽었다고 알려진 남강명에 대한 단서까지 스플래시팀에 쥐어진다. 과연 그 뒤에 숨은 진실은 무엇일까?


결국은 그 남강명에게로 모든 것이 모이게 된다. 어째서 남강명은 죽은 사람이 되어 중국으로 밀항해야 했던 것인지. 남강명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해경을 살해하고 무고한 윤선우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운 이유부터. 전찬수를 살해할 때 범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이용한 노숙자의 시신마저 남강명과 관련된 것이었다. 중국에서 남강명의 행방을 쫓던 차연수가 귀국하고, 구태원은 조영기를 압박하기 위해 남강명이 살아있고 밀항했다는 단서를 스플레시팀에 넘긴다. 아마 죽은 해경이 구태원을 찾아와 털어놓은 내용일 것이다. 남강명을 잡으면 배후에 도사린 더 큰 그림자도 잡아낼 수 있을 지 모른다.


구태원의 동기는 명확해 보인다. 결국 아내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 마침내 그동안 손잡아왔던 조영기와도 갈라서게 된다. 전찬수가 남긴 usb를 겨우 확보했다가 암살자에게 다시 빼앗긴다. 현직검사마저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은 분명하다. 남강명을 잡는다. 허술하지만 여전히 재미있기는 하다. 안타깝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