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배달꾼 - 서툰 커플, 어설픈 사랑, 그리고 빛나는 젊음
세상에서 제일 만만하고 재미있는 게 남의 이야기고, 그 가운데서도 더 미치도록 재미있는 것이 남의 사랑 이야기다. 그것도 어리숙한 사랑이야기. 팔팔수타의 안주인 순애(이민영 분)의 마음이 대부분 시청자의 마음일 것이다. 도무지 이토록 어설퍼서 사랑스러운 커플을 어떻게 골려주고 도와줄까?
그러고보면 최강수(고경표 분)와 이단아(채수빈 분) 커플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사람이란 어느 정도 허술한 틈을 보여주어야 다가설 여지도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도 한참 모자른 인간이었지만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세상경험 부족한 티를 낸다. 원래 나쁜 놈은 아니었다. 단지 알지 못했고 더구나 게으르기까지 했다. 그래서 악이 악인 것도 몰랐고 죄가 죄인 것도 몰랐다. 그래서일까? 너무나 쉽게 사람의 선의에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몇 마디 사정에 홀딱 넘어가서 그 많은 명품들을 고작 100만원에 팔아치우는 모습이라니. 결과적으로 오진규(김선호 분)도 이지윤(고원희 분)와 같은 부류였다. 온실의 화초. 온실에서 학대받던 화초.
그리고 끝이다. 강수를 형으로 따르던 현수(윤정일 분)의 어머니가 강수가 그토록 원망하며 찾아헤매던 생모일지 모른다는 사실은 나름대로 충격이었다. 결과적으로 강수가 떠나지 않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 있는 그곳에 있을 터였다. 우연이 필연이 되면 인연인 것이고, 인연이 예언이 되면 운명이 된다. 최강수의 이단아는 운명이었던 것일까?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인 인연이 되고 예언적인 운명을 만들어낸다. 정가의 음모는 그에 비하면 식상하다. 팔팔수타의 사장 장동수(조희봉 분)의 불길한 과거 만큼이나 너무 자주 써먹었다.
그냥 별 것 없는 젊은 인생들이 부럽다. 그만큼의 꿈이 있고 그래서 그만큼의 좌절이 있다. 그만큼의 절망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희망인 것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마른 나무저처럼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현재만을 악착같이 부여잡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고작 조역에 불과한 배달원들마저 때로 빛이 난다. 역시 늙었다는 증거일까? 그렇게 꿈꾸고 사랑하고 좌절하고 차이면서 세월을 쌓아나간다.
대수롭지 않은 웃음들과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이 찡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렇게 사람은 살고 사람은 사랑한다. 떠날 것을 알면서도 살고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 이단아만이 아니다. 모두는 나그네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만 지금 여기에 머물 뿐인 떠돌이들이다. 두려우면 진다. 두려움에 꺾이면 지는 것이다. 젊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