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 법과 언론, 진정한 악의 경쟁의 끝에
임지태(박원상 분)의 말 그대로다. 사람들은 법같은 데 크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불신하고 혐오한다.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에 대해서도 크게 신뢰같은 것이 없다. 물론 대한일보같은 언론도 이제 현실에는 없다. 언론에 대한 신뢰마저 오래전에 땅에 떨어졌다. 그래도 역시 법조인보다는 언론이지 않을까. 언론이 때로 법의 잘못도 날카롭게 파헤치고는 했을 테니.
법과 언론 사이에 우열이 명확하다. 특히 대중을 다루는데 있어 언론인의 강점이 드러난다. 정보를 조작하고 거짓된 정보로 대중을 선동한다. 늘 해 오던 일이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조영기(류승수 분)는 순수하다 할 수 있다. 이런 게 악이로구나. 이런 놈들이 진짜 악당이로구나. 그런데 오히려 더 현실감있게 실제 구태원(문성근 분)같은 언론인이 어딘가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동안 언론이 어떤 식으로 거짓된 정보로 대중을 선동하고 결국 이 사회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었는지.
차라리 남강명의 행방을 쫓는 과정은 그에 비하면 진부하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남강명이 후원하던 고아원에서 한무영(남궁민 분)의 형 한철호(오정세 분)를 살해한 범인이 길러지고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흔적이 없는 어렸을 적 학대받은 정황이 역력한 사내가. 박응모의 창고에서 나왔던 유골 가운데 남강명이 후원했던 고아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박응모의 말을 빌면 그가 컴퍼니라 불리우는 조직과 연관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여성을 청부살해하게 된 것이었다 한다. 다만 이제와서 또다시 사건을 넓히는 것 같은 점이 마음에 걸린다. 또다른 해결의 단서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만치 않다. 그보다는 순진했다. 고작 한 사람의 증언만 믿고 행동에 나서고 있었다. 더구나 그 가운데 한 명은 임지태 부장과 관계가 있는 밀수선 선장이었다. 하긴 어차피 급히 써야 하는 대본이다. 누군가 더 지능적으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도록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액션이 편하다. 액션은 강하고 약하고를 배우의 연기를 통해 더 분명하게 모순됨 없이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겨루는 머리싸움은 그와는 다르다. 이쯤에서 위기가 필요했다. 구태원의 반격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제 그들의 선택은 과연 무엇인가.
여러가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저질러졌던 수많은 범죄들이 이런 식으로 하나로 묶이게 된다. 어쩌면 옳다. 분명 그 배후가 있었다. 그런 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무죄로 풀려나버린 이유가 분명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다. 아마 얼굴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으면서 어디에도 없을 것이므로. 그게 바로 악이라는 것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