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최강배달꾼 - 제목의 이유, 아주 늦은 시작

까칠부 2017. 9. 2. 10:09

공중파드라마는 이래서 문제다. 아니 상업자본이라는 것이 가지는 공통된 특징인지 모르겠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더라도 어느 순간 뻔하게 느껴진다. 일본 만화 역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거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확실하게 팔리는 요소가 있다. 대중이 좋아할만한 특정한 성분이 있다. 그러면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제작비도 다 돈이다.


채수빈(이단아 역) 예쁜 걸 알았다. 드라마의 세일즈포인트가 어디에 있는가 확인했다. 이단아가 주인공이다. 이단아와 최강수(고경표 분)의 로맨스가 메인이다. 이제서야 비로소 최강배달꾼이라는 제목의 이유가 나온다. 한참을 기다렸다. 홈페이지에서 시놉시스를 보고 설마 마지막회에서야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 나오며 끝나는 것은 아닌가 긴장했었다. 다행히 동네 배달원들이 한꺼번에 해고당하고 있었다. 위험부담을 안고 새로 시작해야만 하는 절박함이 생겼다. 그리고 그 전의 대부분은 이단아와 이지윤(고원희 분) 사이에 최강수가 낀 삼각관계가 채우고 있었다. 그나마 채수빈 예뻐서 참았다. 고원희는 손발 오그라들게 귀여운 척을 한다. 최연지(남지현 분)의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차라리 이단아가 떠나주었으면. 이단아만이라도 한국을 떠나 자유로워질 수 있으면. 아마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가운데 상당수도 그렇게 최연지처럼 이단아에 이입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떠나고 싶다. 그러나 떠날 수 없다. 떠날 능력도 떠날 용기도 갖지 못했다. 차라리 이단아라도 떠나서 자신을 대신해 꿈을 이루어주었으면. 여전히 자존감을 놓지 못하면서 최연지가 노래방도우미를 하는 이유를 나 역시 알지 못한다. 그토록 싫고 다른 사람이 알까 부끄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이 돈이니까. 돈이란 인격보다도 인권보다도 그 어떤 진실과 진리보다도 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자본주의 대한민국이다.


그런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변두리에 낯선 이들이 있다. 이단아는 그런 점에서 평범하다.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가는 최강수와 그런 최강수를 믿고 응원하는 장동수(조희봉 분), 역시나 그렇게 대수로울 것 없는 처지이면서 의리와 인정에 이끌리고 마는 동료 배달원들까지. 여기서부터 판타지가 된다. 10년 넘게 배달일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바로 직후 드라마는 현실에서 판타지로 넘어간다. 창업을 한다. 자신들만의 힘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한다. 그것을 기다렸다. 역시 대신 꿈을 이룬다면 도망치는 것보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오진규(김선호 분)도 심지어 자신도 알지 못했던 가능성을 일깨워가고 있다. 작은 부분부터 시작한다.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 아주 재능이 없지 않다. 어느새 새로 시작한 자신의 일에 익숙해지며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주위의 환경이 만들어가는 것인가. 최강수의 성공이나 오진규의 성공 모두 기성의, 더구나 가부장적인 사회의 오만과 편견에 대한 반란이다. 더 높은 신분과 지위를 바라는 가부장적 현시욕이 모든 갑질의 근본이 되는 것처럼.


역시나 드라마의 메인은 채수빈이다. 그러나 줄거리의 중심은 최강수다. 이제까지 채수빈을 중심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면 최강수가 머리를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최연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녀의 사연, 그녀의 사정,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인연까지. 눈보다 머리가 즐겁다. 아직은 먼 이야기다.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