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배달꾼 - 생략된 창업, 진짜는 그런 게 아냐!!!
혹시나 그런 걸 걱정하는 건 아닌가 싶다.
"우리 애가 드라마 보더니 창업한다고 바람이 들어서 취직도 않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어요. 책임져요!"
창업이라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창업은 쉬운 일이어야 한다. 쉽게 창업하고 그만큼 쉽게 망하고, 그러나 다시 쉽게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망하는 것은 가능한데 무엇보다 망하고 다시 일어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청년창업을 말하지만 과연 이제 갓 시작하는 작은 기업들이 안전하게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장치가 이 사회에 마련되어 있는가. 그러니까 하지 마라. 닮지 마라.
그래서 창업과정만큼은 철저히 판타지로 남겨둔다. 나머지 동네 배달원들을 설득하는 과정까지 생략하고 있다. 처음 창업하고 좌충우돌하는 장면도 가볍게 건너뛴다. 하긴 이 드라마는 그런 현실의 엄밀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치열하고 생생한 현실의 창업과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단아(채수빈 분)와 최강수(고경표 분)일 터다. 이윤지(고원희 분)와 오진규(김선호 분)일 터다. 너무나 뻔하다. 그렇게 서로 미운 정 고운 정 들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함께하는 시간들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이제는 팔팔수타의 사장 장동수(조희봉 분)의 의미없는 액션까지 추가된다. 이러면 재미있겠다.
슬슬 그만둘 때가 되었을까? 오진규가 너무 착해진 것도 마음에 안들기는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줄기가 부실해진다. 그나마 아직 진자 악역이랄 수 있는 정혜란(김혜리 분)은 전면에 나서지도 않았다. 부모의 편견과 방치로 인해 버려졌던 오진규의 재능이 눈을 뜬다. 아니 어쩌면 재능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능성일지 모른다. 단지 누군가 믿어주고 맡겨주고 지켜봐주는 것만으로 이렇게 사람이 달라진다. 사람의 선의가 사람을 선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이 선하다고 결과까지 선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선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면 지금 세상은 이미 낙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선과 결과의 선은 전혀 별개다. 결국 오진규가 속한 정가네가 한양설렁탕의 문을 닫게 만든다.
냉엄한 자본의 논리다. 스쳐지나듯 현실의 논리가 들리기도 한다. 자기들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대기업만이 희망이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안정되게 월급을 받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중소기업도 안된다. 창업은 하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일의 꿈이 없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다. 그저 현실을 사는데만 급급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들이 만들어놓은 구조를 부수고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배달원들의 발버둥이 정혜리의 돈에 의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듯. 이단아가 하루빨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이유다. 최강수의 창업에 처음 발벗고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드라마는 판타지로 흘러간다.
더 차고 시린 드라마였으면 바라지만 공중파에 그런 것까지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렇지 않아도 채수빈과 남지현(최지연 역), 고원희 등 여배우들의 매력이 넘치는 것을 느끼고 있는 터이기에. 그런 드라마가 아님을 알기에 일부러 애써 무시하려 한다. 창업은 단지 장식이다. 단지 이단아와 최강수의 로맨스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알콩달콩 잘도 싸우며 논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