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 그리고 또다시 헤어짐...
한 번은 허임(김남길 분)이었고, 한 번은 최연경(김아중 분)이었으니 이제 두 사람의 문제가 해결된 지금은 또다른 과제를 풀어야 할 차례다. 바로 헤어짐이다.
허임이 잃었던 의원의 길을 찾았고, 최연경이 잃었던 의사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시대를 초월하여 조선에 최적화된 허임의 의술과 현대에서 최연경이 배운 첨단의 의술이 조화를 이룬다. 총을 알고 총상에 대해 아는 최연경이 자기가 아는 지식과 기술을 사용해서 아이를 살리려 할 때 그녀의 요구를 적절히 조선의 현실에 맞게 번역하며 허임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치료를 돕는다.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고 화해하면서 그들은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 그러면 그것으로 끝일까?
의사에게는 의사의 길이, 무사에게는 무사의 길이, 선비에게는 선비의 길이 있다. 의사답지 못하면 의사가 아니고, 무사답지 못하다면 무사가 아니며, 선비가 선비같지 않으면 더이상 예우할 필요가 없다. 의사로서 자신을 찾은 허임 앞에 선비로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내팽개친 병조판서와 난리통의 한양에서 마주치고 만다. 더이상 주눅들지 않는다. 병조판서라고 마냥 굽히고 있지만은 않다. 존엄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이기에 가지는 너무나 당연한 그것. 누가 주어서도 아니고 누가 인정해서도 아니며 그냥 원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그런 자신을 지켰지만 상대는 그렇지 못하다. 아마 병조판서가 임금을 모시고, 혹은 백성과 함께 하며 국란을 이기려는 모습을 보였다면 허임도 그렇게 당당할 수만 없지 않았을까.
전란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길을 찾는다. 서로 죽고 죽이는 한가운데서 인간이 살아야 하고 인간을 살려야 하는 의미를 쫓는다. 시간을 건너뛰어 수백년뒤의 현대에서는 유민규(유재하 분)가 허임의 정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을 보고 만다. 사람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차림이며 하는 행동이 모두 수상쩍었던데다 허임을 알고 있는 이들마저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하다. 다시 현대로 돌아왔을 때 허임은 어떤 식으로 유민규의 의심과 맞닥뜨리게 될 것인가. 그리고 다시 무엇을 가지고 과거 조선으로 돌아갈 것인가. 최연경을 이대로 과거에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다.
역시나 로맨스드라마답게 극적인 위기는 곧 두 사람 사이에 극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의사로서의 자신을 찾으며 한 편으로 가까이 있는 서로의 존재를 의식한다. 물질이 물질로서 존재하는 것은 주위와의 상호관계 때문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불안할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이제 누가 보아도 알 정도다. 동막개(문가영 분)마저 더이상 참지 못하고 두 사람 사이를 묻고 만다.
전쟁의 참혹함과 그 한가운데 날콩처럼 비린 서로의 감정이 적절히 대비된다. 낯선 곳에 그들은 함께 있다. 세상에 오로지 두 사람 뿐이다. 위기를 겪고, 그리고 헤어진다. 만남을 기약한다. 또 한 번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