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 자신의 길을 되찾은 두 사람, 그리고 마지막 시련
사람의 목숨에도 값이 매겨진다. 사람을 살리는데는 그만한 돈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살리는 지식과 기술을 쌓는데만도 만만치 않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러니까 환자가 자기에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그만한 수고와 노력을 기울여도 놓은 상대인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리고 서로 다른 의료의 현실을 경험하며 두 사람은 그것을 깨닫는다. 살려야 할 환자가 있어서 살린다는 당연한 사실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사람을 살린다고 하는 너무나 당연하고 단순한 그 사실이 현실에서는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가. 그래서 때로 좌절하고 때로 절망하며 때로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를 뛰어넘어 그같은 당위를 공유하는 동지들과 만난다. 자신은 의사고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다. 그 단순한 사실을 먼 길을 돌아 비로소 다시 확인한다.
치료받고 싶어도 치료받을 수 없고, 정작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차마 치료할 수 없는 현실을 경험하고 왔다. 의사도 환자도 살려야 하고 살릴 수 있음에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을 몸으로 겪고 돌아왔다. 모든 것이 갖춰진 현대의 첨단의료환경에서 자기가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인가. 과거의 상처도, 그로 인한 불안도 두려움도 모두 딛고 환자를 살리는 일에만 전념한다. 교수와의 관계마저 무시한 채 어렵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한 수술에만 모든 것을 건다. 환자를 살리려 하면 그만큼 많은 환자를 죽여야 한다. 살리고자 하는 환자의 수 만큼 비례해서 더 많은 환자를 치료 도중 죽여야만 한다. 치료 도중 환자가 죽는 것이 싫으면 처음부터 치료하지 않으면 된다. 비겁한 도피이며 무책임한 방기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나 자원, 노력은 한계가 있으니까.
평등한 현대사회를 직접 몸으로 겪는다. 사람은 누구나 나면서부터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직접 몸으로 겪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환자를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의사라는 것도. 생명이란 인간의 존엄 가운데서도 가장 우선되는 가장 존엄한 것이다. 환자를 살린다고 하는 당위를 넘은 신성을 쫓아 허임(김남길 분)도 선택을 하려 한다. 현대에도 많은 환자들이 있고 자신의 치료를 필요로 하지만 과거 조선에는 더 많은 환자들이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가 아닌 누구라도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자신의 환자들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의사의 의무다. 자신은 과거로부터, 과거의 환자들로부터 현대로 도망쳐 온 처지였다.
결국 헤어지게 될까? 이대로 허임이 과거로 돌아가 버리면 최연경(김아중 분)은 현대에 혼자 남게 된다. 그렇다고 최연경이 과거로 따라가게 된다면 현대의 인연들을 모두 저버리게 된다. 최연경에게도 자신이 살려야 할 자신의 환자들이 현대에 남아있다. 해피엔딩이라면 어차피 목숨이 위험해지면 시간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침통이 있으니 때때로 오랜 시간이 지나 한 번 씩 만나는 정도가 아닐까. 의사이기 때문이다. 서로 함부로 놓아두고 갈 수 없는 소중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다가옴을 느낀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조금 지루해지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이 사라지고 나니 긴장도 기대도 없는 무난한 상황들만 이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끝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더 큰 시련이 두 사람을 찾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시간들일지 모른다. 마지막에 바짝 조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