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 - 적폐청산도 유행일까?
왜 하필 80년대 성고문사건이었을까? 주인공의 어머니가 그 피해자였고, 그 실종에 가해자였던 조갑수(전광렬 분)가 연관되어 있다. 어쩌면 주인공인 검사 마이듬(정려원 분)이 마지막에 꺾고 넘어가야 할 적일 것이다. 적폐청산도 유행일까? 그만큼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깊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해야 할 이야기들도 많다는 것일 게다. 물론 그보다는 그런 이야기가 돈이 된다는 판단도 섰을 것이다.
참 아름다운 검찰이다. 아예 대놓고 막장으로 꾸며놓은 듯 싶은데 정작 그럼에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동안 검찰 자신이 보여온 모습이 그랬기 때문이다. 마이듬이 성추행 피해기자를 찾아가 고소취하를 설득하며 들었던 예도 실제 있었던 일일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 검찰이 무죄라면 무죄고 검찰이 죄가 있다면 죄가 있는 것이다.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는다. 하물며 검찰 자신의 죄야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처음 마이듬은 그런 검찰의 일부였다.
하긴 그동안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홀어머니마저 초등학교 때 잃고 혼자서 세상과 싸우며 공부해서 검사까지 된다는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어지간한 사람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성공이라는 자체가 그만한 독기 없이 불가능한 것이다. 남들보다 조건도 불리한데 남들과 똑같이 되기 위해서도 그만한 치열한 동기가 필한 것이다. 그래서 겨우 어렵게 검사까지 되었으니 이제 남들처럼 자기가 갈 수 있는 만큼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남들보다 위에서 모두에게 인정받으며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검찰에서 남들보다 위에, 아니 남들과 똑같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을 닮아야 한다. 불의에 눈감고, 부정과 몰상식을 외면하며, 자신의 존엄과 양심마저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마이듬은 옳다.
그다지 아름다운 첫만남은 아니었다. 터무니없이 첫만남부터 오해했고 자칫 불쾌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마이듬에 의해 만들어졌다. 마이듬의 출세지향이 그런 첫만남마저 선의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여진욱(윤현민 분)의 선량함과 만난다. 검사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검사가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검사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굳이 어려운 검사의 길을 택한 이들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국영방송 KBS의 드라마일 것이다. 그런 검사들만이 전부는 아니다. 여진욱도 그렇고 이제 마이듬이 가게 될 여성아동전담부의 부장 민지숙(김여진 분)도 그렇다. 이들의 완고한 신념과 마이듬의 출세지향적 성향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여성아동범죄라는 특수성이 또 흥미를 잡아끌기도 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이듬이 징계위원회에서 여기자를 위해 진실을 증언하기로 결심한 동기가 개인의 양심이나 검사로서의 신념과 같은 뻔한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조차도 출세와 관련된 것이었다. 자신을 특수부로 끌어주겠다더니 정작 인사를 위한 접대에는 다른 검사를 대동하고 있었다. 약속은 거짓이었고 특수부로 가는 것은 바로 그 다른 검사였다. 자신을 속인데 대한 복수였다. 징계위원회가 끝나고 여진욱이 고마움을 전하는데도 돌아서는 태도가 무척 매몰차다. 나는 너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절대 어울리지 않겠다.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듯 실적을 위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공을 인정받기 위해 태연히 계략을 꾸미기도 한다. 그것도 아주 얄밉도록, 정작 범죄자를 잡기 위한 것인데도 썩 기분좋게만 볼 수 없는 이기와 욕망을 전혀 거르지 않고 전면에 드러낸다. 아예 어떤 동정도 연민도 다른 상상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바뀐다면 오히려 실망할 듯하다. 때로 세상은 마녀를 필요로 한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