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독 - 냉정함의 길목에서, 아쉬운 감정의 질척거림
한국드라마의 특징이라면 특유의 질척거림일 것이다.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덕분에 몰입감도 높고 드라마와 캐릭터에 공감하기 쉬운 반면 이야기가 등장인물 사이의 최대공약수로 천편일률로 흐르는 단점이 있다. 한 마디로 그럴 법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역시나 시작부터 멱살잡이부터 한다. 고함을 지르고 주먹을 치켜든다. 임산부 강은주와 자살한 것으로 여겨지던 남편 이수오의 사건에서 급격히 김민준(우도환 분)의 이야기로 흘러가고 만다. 박순정(조재윤 분)과 최강우(유지태 분)의 과거 인연은 조금 뜬금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게 된 이유 정도는 필요할 테니까. 그냥 서로 이해가 맞고 목적이 맞아 팀을 이룬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연 강은주의 말처럼 남편 이수오의 죽음은 살인이었을까? 아니면 강은주의 오해이고 이수오는 실제 자살을 한 것이었을까?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며 한 차례 사건을 비틀고 다시 그 비틀린 가운데 새로운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된다. 다만 문제라면 강은주의 말대로라면 이것은 보험사기와 거리가 멀다. 차라리 자신의 병을 속이고 보험에 가입한 이수오가 문제이지 이수오가 살해되었어도 살인범은 매드독이 쫓고 있는 보험사기범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범죄자다. 형사도 아니고 그런 것까지 수사해야 할 이유가 과연 있는가. 하긴 한국에는 아직 탐정이라는 직업이 없다. 민간에서 합법적으로 범죄자를 수사하고 체포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매드독이 그 역할까지 대신하려는 것일까.
2년 전 비행기 사고와 관련해서 새로운 단서가 김민준을 통해 드러난다. 당시 사고를 일으킨 주범으로 여겨지는 김민준의 형 김범준이 거액의 보험을 가입했던 보험설계사가 원래는 같은 보육원 출신인 듯 보였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그 보험설계사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사고가 일어난 항공사의 회장이 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들인 주현기(최원영 분)가 그 죽음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그런 건 너무 뻔한 결말이라서. 공중파드라마이기 때문일까?
장하리(류화영 분)의 최강우를 향한 감정이 아직 모호하다. 차홍주(홍수현 분)의 감정은 명확한 반면 위태롭다. 보험사 임원이 개인적인 인연에 이끌려 고객정보를 타인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역시나 한국드라마다운 질척거림일 것이다. 그래서 해피엔드를 기대하게 된다. 남의 이야기라면 비극도 괜찮겠지만 내 이야기라면 역시 해피엔드가 어울린다. 행복이란 어쩌면 드라마라는 허구의 공간에만 존재하는지 모른다.
적당한 긴장감과 그 긴장을 이완시키는 끈끈한 감정들이 장점처럼 서로 어울리고 있다. 전문적인 것처럼 그러나 결국 개인의 인연과 관계 감정에 모든 것을 내맡긴다. 보험조사원으로서 실제 발로 뛰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어차피 드라마란 사람 사는 이야기다. 가끔은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