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진짜 순대국...

까칠부 2017. 11. 18. 15:46

내가 기억하는 순대국은 지금처럼 하얀 국물이 아니었었다.


당연히 내장의 냄새가 독하니까.


아무리 잘 손질해서 냄새를 제거해도 끓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누린내가 진동하게 된다.


그래서 된장과 고추가루를 풀어서 큰 솥에 끓였다.


냄새 만큼이나 진하고 독한 양념으로 푹 오랜 시간 고아 내온 국물이었다.


왜 내가 요즘 순대국 먹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가 깨달았다.


맛있기는 한데 내가 기억하는 그 순대국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집에서 끓여먹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돼지 내장 주문해서 돼지고기랑 함께 된장 국물에 푸욱...


돼지 사골 액기스는 국물의 깊은 맛을 내는데 없어서 안될 재료다.


며칠 째 건더기 건져먹으며 다시 끓이기를 반복했더니 어렸을 적 그 냄새 비슷하게 난다.


고추가루는 풀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예 고기가 녹을 정도로 흐물해져 있어서.


오소리감투가 그냥 썰기도 전에 찢어져 버린다.


발로 이 맛인데,


그런데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 말 들어보니 요즘 순대국은 아예 내장을 안넣는다네.


내가 먹은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원래 정상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내가 끓인 순대국도 정상은 아니다. 순대가 없고 내장만 들어 있다.


바로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시장 가서 얻어먹었던 그 순대국의 모습이다.


맛이 제대로 우러났다.


냄새나서 다른 사람은 얼씬도 않는다. 도시락에는 건더기만 건져서 싸가는데도.


살뺀다고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중이다. 별로 빠지는 것 같지도 않지만.


암튼 정말 맛있게 우러났다. 남은 국물에 돼지고기 더 넣어서 폭 익힐 예정. 


술 끊은 게 땅을 치도록 통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