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 - 위기와 반전, 드디어 실마리를 잡다
그런 어설픈 수단이 통할 정도면 조갑수(전광렬 분)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조갑수를 쫓아왔기에 누구보다 민지숙(김여진 분)이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드라마에서 묘사된 수준조차 킹덤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너무 허술하다 싶을 정도다. 하긴 대외적으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부정한 공간을 지키는데 제대로 된 인간을 데려다 쓰기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어이없이 쉽게 정체가 들통나고 만다. 확실히 아마추어 티가 난다. 보안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공간에는 촘촘한 것을 넘어 빼곡할 정도로 CCTV가 설치되어 있어 거의 빈틈없는 감시가 가능하다. 오히려 비밀스런 장소이기에 더 많은 CCTV가 내부를 감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촬영한 동영상은 만일의 순간 자신을 지킬 목숨줄이 되기도 한다. 당장 아쉬운 것은 자신이지만 필요하다면 상대도 아쉽게 만들 수 있어야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눈에 보이는 사람이 없다고 부주의하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 조금만 조사해도 가족관계 정도는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다.
똑똑한 척 하더니 결국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말았다. 오히려 조갑수의 하수인들이 파놓은 함정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고 말았다. 아무리 과거 잘나가는 검사라 할지라도 물리적인 힘에 있어서 그래도 비밀스런 장소를 지키라고 고용한 보안원들을 이기기는 어려운 것이다. 제압당하고 감금당한다. 심지어 위협까지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채 마이듬(정려원 분)이 놓인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나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전에 여진욱(윤현민 분)이 먼저 행동에 나서고 있었다. 너무 쉽게 마이듬이 갇힌 곳을 찾고 마이듬의 신고로 찾아온 경찰과 함께 조갑수의 하수인들을 제압한다. 그리고 그들이 확보하고 있던 동영상 증거까지 확보한다. 비로소 주도권이 마이듬에게서 여진욱에게로 넘어간다. 여진욱이 남자가 되고 마이듬이 여자가 된다. 참 안어울리는 모습이지만.
전방위적인 추적과 압박이 시작된다. 그동안 조갑수의 손발이 되어주던, 칼과 방패가 되어주던 백상호(허성태 분)가 죽고 그를 대신한 허윤경(김민서 분)은 벌써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의식불명이 된 조갑수의 아내와 허윤경에게 손을 내미는 처남인 형제그룹 회장이 어떤 변수가 되어 줄 것인가. 여진욱과 관계 있는 여기자가 조갑수의 골프접대를 미행해서 사진으로 찍고, 백상호의 동생 백민호(김권 분)은 도리어 조갑수의 협박에 반발해서 킹덤의 존재를 검찰에 알린다. 마이듬까지 직접 나서서 위험을 겪으며 안태규가 공수아를 폭행한 동영상을 확보한다. 아직 조갑수에게는 상당한 인맥과 그로부터 비롯된 힘이 남아 있지만 하나만 자칫 어긋나도 그대로 모든 것이 허물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조갑수의 발악과 마이듬의 반격이 마지막 절정을 이룬다. 어느것도 영원한 것은 있다.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다.
의외로 허술한 구석이 많다. 갈수록 덜떨어진 모습을 더욱 많이 보여주게 된다. 하긴 설정상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다. 아무리 타고난 머리가 좋아도 세월이 주는 경험까지 모두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쓸데없는 자신감과 오지랖이 도리어 자기의 꾀에 자기가 넘어가게 만든다. 한 편으로 그것이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마녀로 돌아오지 않을까. 겨우 단서를 잡았다. 조갑수가 곽영실(이일화 분)과 스쳐지나갔다. 고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