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화웨이 아너 엔조이 7x - 275000원의 가성비

까칠부 2017. 11. 21. 10:23

무려 2주 넘게 걸렸다. 정확히 16일이다. 하필 핸드폰이 금요일 저녁에 날아오는 바람에.


전에 쓰던 옵티머스lte가 이제 수명이 다했다. 액정에도 얼룩이 생기고, 배터리는 2시간을 못가고, 인터넷을 하는데 자꾸 멈춘다. 저 혼자 열받더니 재부팅까지 한다. 화면도 너무 작아서 새 스마트폰을 사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OLED는 극혐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것이 만화와 이북인데 하얀 바탕에서 OLED는 그다지 효율이 좋지 못하다. 그런데 IPS로 쓸만한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는다. 퀀텀 방식은 아예 잔상 때문에 한 쪽으로 제껴두고, 그나마 도저히 대안이 없어서 그래도 상대적으로 가볍고 음질도 좋다는 v30으로 한 번 바꿔볼까... 그래도 90만원이 넘는 돈은 할부라도 너무 부담스럽다. 당장 내년에도 지금 일을 계속 하고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데 장기할부라는 자체가 썩 내키지 않는다. 그냥 싸게 보급형으로 삼성의 A7 2017년형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액정도 크고 내가 주로 쓰는 용도에는 썩 나쁘지 않다.


그런데 주위에 중국산 핸드폰을 쓰는 사람이 있어서 그리고 관심이 가게 되었다. 중국산 폰 가운데는 아직 IPS가 적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사양이 낮기는 하지만 옵티머스lte2를 가지고도 크게 불만없이 쓸 수 있을 정도면 최신폰에서 사양은 이미 넘친다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실제 그 정도 사양은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액정의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가격이다. 대신 DMB와 교통카드는 포기해야 한다. NFC 지원하는 폰들은 중국산이라도 가격이 비싸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아무리 중국산 폰이라도 사양이 비슷하면 국산과 크게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산도 싼 것은 다 싼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샤오미를 살펴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고민하던 도중 우연히 눈에 뜨인 것이 화웨이 아너 엔조이 7x. 지난달 10일에 발표된 기종으로 다나와에 가격이 올라온 것도 아마 이 달부터일 것이다. 사용기도 없고 쇼핑몰에도 케이스며 보호지가 올라와 있지 않다. 그만큼 신상품인데 결정적으로 5.93인치라는 액정크기와 165그램의 가벼운 무게에 끌리고 말았다. 크고 가볍다. 성능이야 넘친다면 이보다 내개 중요한 조건은 없다. 해상도도 기본 1080은 나와준다. 세로해상도는 18:9라 더 넓다. 확실히 받아보니 옵티머스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니 주위에서 쓰는 삼성과 엘지의 이전 플래그십들과도 한 눈에 비교가 될 정도로 화면이 크다. 세월의 차이를 감안하면 물론 국산폰들의 기술이 더 뛰어나지만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275000원. 지금은 315000원으로 올랐다. 남은 돈으로 그래픽카드 좋은 걸 사서 컴퓨터에 달 수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DMB 대신 FM라디오가 달려 있다. 라디오는 이제 거의 듣지 않는다. 집에 TV도 없는데 공중파는 여전히 옵티머스lte2를 함께 쓰며 봐야만 한다. 둘째 교통카드가 안된다. 물론 그건 교통카드 하나 사서 쓰면 되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보다 문제는 중국폰의 특성상 이것저것 앱들의 호환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제 무려 세 시간 걸려서 공장초기화까지 해가며 겨우 구글플레이스토어를 깔았다. 아마 한국산이었다면 기본으로 깔려있었을 것이다. 이것저것 만지려 하면 신경쓰이는 것이 한둘이 아니라, 다만 어차피 나는 그렇게 복잡하게 깊이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세시간으로 모든 세팅을 마친 탓에 앞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인터넷에 로딩이 없다. 가장 큰 장점이다. 1080p FHD동영상도 밀리지 않는다. 옵티머스lte2는 스펙과 달리 파일에 따라 FHD가 밀리고는 했었다. 무엇보다 크다. 화면은 무조건 커야 한다. 그리고 밝다. 다만 액정 화질의 경우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괜한 선입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거나 275000원이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지마켓 할인으로 무려 270000원에 샀다. 딱 2년 마저 선택약정으로 쓰고 그때쯤 다른 싼 폰으로 바꾸면 본전은 뽑을 듯. 케이스야 나중에 수입되기도 할 테고 액정보호지는 전처럼 태블릿용 사다가 잘라서 붙여 쓰면 문제될 것이 없다.


아무튼 5년만의 핸드폰 교체였다. 유심까지 나노로 바껴서 금요일날 배송오고 주말에는 대리점 하는 곳이 없어서 어제서야 겨우 개통했다. 개통하고도 이것저것 만지느라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전자제품을 새로 사는 건 항상 흥분되는 일이다. 잘 써야지. 벌써부터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