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 - 곽영실의 생존을 안 순간 조갑수가 찾아가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어렵지 일단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죄를 지은 자들은 당연히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물론 드라마니까 가능하다. 불과 얼마전까지 드라마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냉소를 지었을 것이다. 진실이 밝혀져도 대중이 외면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힌 이들을 비난하며 죄와 부정을 감싸기도 한다. 굳이 진실을 알려고도 않고 그저 정치권과 미디어가 떠드는대로 선동되어 선과 악을, 죄와 정의를 뒤바꿔 놓는다. 그래도 진실이 밝혀지면 뭔가 바뀌는 것이 있구나 지난 1년 비로소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진실은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제대로 법과 정의와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사회에서 진실은 곧 죄에 대한 응징을 의미하기도 한다. 너무 우습다. 그래도 나름 한다하는 인사들이 에이즈라는 한 마디에 혹시나 싶어 정체를 감추고 키트를 사들고 검사하고는 그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그 모습을 모조리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이 사진만으로도 당신의 혐의를 얼마든지 입증할 수 있다. 당신을 단죄할 수 있다. 결국 빠져나갈 방법은 모든 잘못을 떠넘길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향응과 접대와 뇌물을 통해 만든 인맥이 조갑수를 대단하게 만든 것이지 정작 조갑수 자신은 일개 도시의 시장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검찰과 연결된 끈마저 여진욱(윤현민 분)들에게 들키고 만다. 너무 뻔한 인물이라 오히려 식상할 정도였다. 이미 곽영실(이일화 분)의 생존을 알고 있는 조갑수가 궁지에 몰리자 고지숙(전미선 분)의 집으로 곽영실을 찾아간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겨우 빼돌렸던 수첩마저 허윤경(김민서 분)의 배신으로 다시 검찰에 빼앗기고 만다. 심지어 그동안 감춰왔던 아내의 상태까지 모두 유일한 배경이라 할 수 있었던 처가인 형제그룹에 들키고 만다. 원래 허윤경은 조갑수의 사람이 아니었다. 이해로 엮였을 뿐 인간적인 의리같은 것은 없었다. 말한 그대로다. 백상호(허성태 분)를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믿어서도 맡겨서도 안되는 인물을 가장 가까이에 둘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배경이던 처가가 적이 되었다. 자신의 손발이 되어야 할 측근들마저 모두 돌아섰다. 그동안 힘이 되어 주었던 인맥들은 이제 살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한다. 한 번 큰소리를 쳐봤지만 이제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없이 막다른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아직 처벌받지 않은 죄가 남았다. 과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되었던 원죄가 남아 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납치와 감금, 심지어 살인교사까지 했었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곽영실은 자신을 집요하게 쫓고 있는 마이듬(정려원 분)의 친어머니이기도 했다. 뒤가 없다. 다른 여지가 없다. 그리고 모든 껍질이 벗겨진 알몸의 악의가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 조갑수라는 인간의 본질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 거리낌없이 타인을 희생시킬 수 있는.
과연 마이듬은 어머니 곽영실을 다시 살아서 만날 수 있을까? 마이듬과 여진욱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으려면 곽영실이 다쳐서는 안된다. 살아서 다시 마이듬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이듬도 여진욱과 그의 어머니 고지숙을 용서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조갑수를 응징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죄까지 모두 포함해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과는 정해졌다. 다만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가만 남았다. 이제 한 회다. 마녀는 사라졌다. 안타까운 점이다. 공중파드라마다. 이제 끝이다. 다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