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DOCTOR - 의사는 환자를 살리는 사람
의사는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환자와 그 가족의 희망을 대신하는 사람들이다. 대신 환자와 가족의 절망과 좌절과 고통까지 함께 한다. 처절한 전장이다. 그래서 더 낙천과 긍정이 필요하다. 매순간 수많은 절망과 좌절과 고통과 싸워야 하기에 더욱 그들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
그래도 살릴 수 있다. 어떻게든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 가능성을 찾는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을 것이다. 도리어 의사인 자신이 더 큰 실패와 좌절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것은 아직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더 많은 환자들 때문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딛고도 그들은 다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일어서서 싸워야 한다. 한 사람의 슬픔과 절망과 좌절과 고통과 원망과 상실과 허무를 딛고서 다시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환자의 곁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숀의 자폐증은 어쩌면 축복일지 몰른다. 남들과 다른 눈으로 다른 감정으로 사물을 볼 수 있다. 그밖에 다른 것들은 외면한 채 오로지 자신이 쫓는 본질에만 집중한다. 가장 압권은 환자의 음주로 인해 기껏 운송해 온 장기를 다시 다른 병원의 이식환자에게 보내야 했을 때 누가 되었든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았느냐 말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다리를 인공관절로 바꾸더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최악의 가능성이지만 그래도 가능성만 있다면 환자를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에게는 절망도 좌절도 실망도 그로 인한 두려움도 없는 것 같다. 보통 사람의 감정과 표현방법을 배우지만 그렇기 때문에 숀은 숀 그 자체로 특별하고 훌륭하다.
반드시 숀만이 아니다. 드라마는 역시나 미국드라마답게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그 역할과 존재를 부여한다. 아무거라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 하나씩 배려하고 있다. 그러니까 숀과 기타 나머지가 아니다. 모두가 최고의 의사이고, 최고의 의사가 될 사람들이다. 숀은 특별하지만 그런 특별한 의사들 속에서 평범해진다. 서로 도우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협력해간다. 그토록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몸으로 터득하는 것이다. 의사로서 의사와 함께 하는 방법은 하나다. 모두가 인정하는 그것. 스스로 진짜 의사가 되는 것이다.
한국드라마 특유의 질척입이 없다는 것이 그래서 더욱 그같은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굳이 특정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조금 심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들이다. 미국드라마라서 그 강점이 더욱 극대화된다. 더 재미있다. 새삼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