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나를 위해서!!

까칠부 2018. 1. 10. 07:09

사랑이나 미움이나 결국 같다. 시작에는 이유가 있어도 일단 시작하고 나면 이유같은 건 필요없다. 사랑하니까 사랑해야 하고 미우니까 미워해야 한다. 사랑해서 신경쓰이고 미워서 뒤쫓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불편하니까. 막 성가시고 거슬리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그래서 때로 사랑해서 밉고 미워서 사랑스럽기도 하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다. 가장 간단한 사실을 잊는다. 사랑이란 감정은 이타가 아니다. 무엇보다 지독한 이기다. 내가 사랑하니까. 내가 좋으니까. 내가 신경쓰여 미치겠으니까. 안 보이면 궁금하고 그래서 보고 싶고 곁에도 있고 싶다. 하나라도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깊이 이해하고 싶고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다. 자기만족이다. 그래서 기뻐하면 자기도 기쁘고 즐거워하면 자기도 즐겁고 힘들면 자기도 힘들고 아프면 자기도 아프다. 내가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자신은 사랑해야 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마냥 이기적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기적이기에 이타적이 된다. 이타가 이기가 된다. 그 사람이 기뻐했으면 좋겠고 즐거워하면 좋겠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자신과 함께여서 그랬으면 더 좋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타적이기만 해서는 정작 상대는 행복한데 자기는 그 행복 가운데 없다. 자기는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상대만 행복하다면 그것은 온전한 사랑일까. 그런 건 사랑이 아닌 기만일 뿐이다. 사랑하고 있다 스스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어째서 함께 행복해지려 하지 않는 것일까.


하필 할머니(나문희 분)가 병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사정이야 어쨌든 그래도 자신을 위해 치료받았으면 좋겠다. 할머니의 마음이야 어쨌든 자기를 위해 위험하더라도 수술받고 나았으면 좋겠다. 자기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무슨 상관인가. 하문수(원진아 분)가 자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마음대로 하라. 나도 내 마음대로 하겠다. 이해했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자기 멋대로라도 못난 이기심이라도 그래도 자기는 상대와 함께 사랑하며 살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도 온전히 사랑하며 살고 싶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무엇이 진정 상대를 위하고 사랑하는 길인가를.


정유진(강한나 분)의 서주원(이기우 분)에 대한 감정도 같다. 단지 서주원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항상 곁에서 서주원을 위해 돕고 싶을 뿐이다. 단 한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아마 하문수가 진심으로 서주원을 사랑하고 있었다면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까. 서주원도 하문수를 좋아하고 하문수도 진심으로 서주원을 좋아한다. 아직 서주원의 곁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앞으로 영영 없기를 바라니까. 그러고보면 서주원이 어머니를 대하는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어머니에게 기대고 싶은 감정이 어머니를 밀어내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정유진의 말마따나 서주원은 아직 애다. 남자는 원래 나이 먹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양가의 감정을 드러낸다. 자기가 상만(김강현 분)을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어울리며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자기가 외롭고 무서울 때 곁을 지켜주는 것은 상만이었다. 자기딴에는 누군가를 지키며 책임지고 있다 생각했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한없이 기대며 살아왔던 것이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가 기대는 만큼 상대도 지키고 내가 책임지는 만큼 상대도 책임진다.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보살핌을 받는 것이 낯설면서도 편하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즐겁다. 자기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대며 지켜지며 살아오고 있었다. 혼자 발버둥치느라 그 사실을 몰랐을 뿐.


그저 무겁기만 하던 이야기에서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연인이라 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랑이 단지 이성간의 사랑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이가 단순히 이성의 관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 절박함, 그 두려움과 고독, 그 절망 속에서 그들은 함께였었다. 서로에게 기대어 그 어둠을 견딜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진 모든 상처와 아픔을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며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오늘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하는 말이다. 내일은 기만이다. 어제는 거짓이다. 오늘이야 말로 진실이다. 지금 여기 내가 진짜다. 그것이 긍정이다. 그것이 낙천이다. 바로 오늘을 위해서. 지금 여기 있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래서 또 하나 고비가 찾아오려는 모양이다. 물때를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행복해지려는 사람들을 위해서.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