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하는 사이 - 아직도 풀지 못한 매듭, '사랑해!'
슬픈 채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아픈대로 내버려두는 사람도 없다. 어떻게든 슬픔이 가시게 아픔이 낫게 애쓰고 노력한다. 때로 울고 때로 비명지르면서, 때로 외면하고 도망치고 숨고 잊으면서, 삶이란 항상 그를 위한 과정인지 모른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무언가에 화내면서 그런 자신을 속이고 위로하며 발버둥친다.
사랑하는 연인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진실한 연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 그럼에도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사랑하면서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면서도 온전히 미워하지 못하고, 헤어지고도 끝내 잊지 못하고, 잊고서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다. 미련을 남기고, 후회를 남기고, 그래서 머뭇거리며 주저하다가 끝내 내딛지 못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불과 10년이다. 벌써 10년 전이다. 도망치고 있었다. 그저 숨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잊는다. 누군가는 별 것 아니라 한다. 모두의 마음이 같지는 않다. 결국 자기 일이다. 자신의 일이다. 먼저 자기가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죽음이란 어쩌면 살아있다는 증거다. 죽음을 의식함으로써 더 강하게 삶을 의식할 수 있다. 아직은 살아있다. 그 끔찍한 사고에서 아직은 살아남았다. 너무나 당연한 그 사실을 어느새 잊고 만다.
산 사람이 만든 감옥이다. 죽은 이들의 망령에 사로잡혀 산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고 가둔 감옥이다. 여전히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억의 감옥 속에 갇혀 있다. 추억과 그리움과 무엇보다 죄책감이라는 족쇄에 얽매여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할까? 사랑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랑한다. 그 무엇도 아닌 지금 여기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진실하게 바라는 한 가지다.
마음이 엇갈린다. 생각이 서로 뒤엉킨다. 상처주고, 상처받고, 그 고통에 괴로워 몸부림치면서 또 누군가를 상처주고. 그럼에도 그들을 구원하는 하나는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한 가지 사실이다. 마치 그것만이 구원이라는 듯이. 그것만을 진실하게 절실하게 느낀다.
차라리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미수습자가 사건사고마다 적지 않다. 그래도 어딘가 살아있겠거니. 죽은 이들마저 아직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제는 진정 자유롭고 싶어서. 남겨두고 온 자신의 후회와 미련을 정면으로 마주하려 한다. 오랜 숙제를 마저 풀 듯. 시간이 흘러간다. 지금 여기 자신들의 시간이. 사랑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