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윤식당2 - 난도 아닌 난이도, 예능이라는 이름의 꿈

까칠부 2018. 1. 27. 10:03

원래 체조에서는 난도를 따지지만 게임은 난이도로 평가한다. 왜일까? 체조는 누가 더 힘들고 어려운 기술을 시도해서 성공하는가를 겨루는 경기다. 남들은 하지 못하는 더 힘들고 어려운 기술을 통해 서로가 갈고닦은 노력과 재능을 경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가 갈리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은 아니다. 게임에는 오로지 승자만이 있어야 한다.


게임이란 유희다. 한 마디로 놀이다. 놀이에서 스트레스받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놀이는 즐거워야 한다. 더 큰 즐거움을 위해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나 시련도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승자로서 누리게 될 성취감의 기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은 내가 승자가 됨으로써 즐거운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결국 내가 지게 되었는데 과정이 아무리 재미있었다고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게임이 어려워지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지게 된다. 게임에서 얼마나 어려운가만이 아닌 얼마나 쉬운가도 중요하게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연히 현실의 장사는 TV에서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 몇 배가 무언가? 그나마 실제의 가게들을 취재해 보여주는 논픽션들조차 현장의 어려움을 모두 전달하지는 못한다. 식당업의 폐업률이 무려 60%를 넘어간다. 당장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문닫는 가게들도 절반에 가깝다. 테이블도 몇 개 없는데 직원만 무려 3이면 도대체 얼마의 매상이 나와야 그 인건비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아무리 개업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다지만 고작 150유로의 매상에도 싱글벙글이다. 하긴 가격부터 원가를 감안했을 때 12유로라는 가격이 과연 적정했는가 의문이 남는다. 다른 가게들에서 평균적으로 16유로 정도에서 가격을 책정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원가율이 일정 이하면 장사가 아무리 잘되어도 적자만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 따지기에는 스페인 테네리페의 하늘이 너무 맑지 않은가. 바다가 너무 푸르지 않은가. 사람들도 모두 살갑지 않은가. 그래서 꿈이다. 그래서 유희다. 그래서 예능이다. 웃겨서 예능이 아니다. 웃음과는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현실과 다른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기에 예능인 것이다.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타지의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주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식당이라는 자신의 성이라면. 적당히 성공과 실패와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투쟁을 가공해서 집어 넣는다면. 물론 실패 없는 성공이고 패자 없는 승자다. 그래서 꿈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쉽고 간편한 투쟁과 승리가 그곳에 있다.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일상들이 있다.


리얼리티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정확히 리얼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리얼리티는 충분하다. 적당한 고난과 시련, 그리고 장애가 긴장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가 전제된 긴장감이다. 그래서 찌푸린 사람이 없다. 잠시 곤란해져도 오히려 아무일 아닌 듯 웃게 만들 뿐이다. 현실에는 없는 것이다. 저렇게 속편한 장사따위. 그래서 '윤식당2'를 보게 된다. 현실에서는 그런 것들이 절대 불가능할 테니까. 그래서 잠시 현실을 도피해서 이국의 풍경 속에서 꿈을 꾸려 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철저히 관객으로 남는다. 자신을 이입할 여지조차 없다. 아니 그것은 또다른 자신이다. 아무 근심걱정 없이. 전혀 큰 어려움이나 시련 없이. 적당한 고민과 걱정만으로 현실을 이겨나간다. 그리고 성공한다. 그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편집의 묘미인 것이다. 나영석이 대단하다는 이유이기도 할 터다.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면서 시청자의 호흡과 맞춰간다. 마냥 즐겁고 한가로운 풍경처럼. 재미있는 이유다. 스페인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