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더 - 엄마와 엄마, 딸과 딸, 그 엇갈림과 반전의 예감

까칠부 2018. 2. 2. 10:26

문득 궁금해졌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생기는 의문이다. 수진(이보영 분)의 친엄마는 아직 어린 수진을 보육원 앞에 심지어 자전거 체인으로 묶어서 버린 채 떠났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수진은 동생인 이진(전혜진)의 어린 시절을 바로 가까이서 보았던 듯하다. 동생들과 나이차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동생들만 남겨두고 수진을 버렸다가 바로 다시 데려갈 사정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바로 어제 방영분에서도 수진은 어떻게 해도 엄마가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현실은 물라도 드라마에서 우연한 만남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작가가 실수하지 않는 한 비싼 출연료까지 주고 출연시킨 이상 모든 캐릭터에게는 반드시 나와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어째서 하필 이발소 여주인은 수진과 만나고 혜나(허율 분)와도 어울리게 되었던 것일까? 등장인물 가운데 다른 누군가와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혜나의 친엄마 지영(고성희 분)의 생모는 오래전에 죽었다 했었고, 그렇다면 설악(손석구 분)의 생모라 그와 이어지는 것일까? 지금의 막장스런 그의 모습은 생모인 이발소 사장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러면 주인공은 혜나를 학대했던 지영과 설악이 되어 버린다.


아무튼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작가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내가 제대로 본 듯하다. 만일 내 추측이 맞다면 수진에게는 엄마가 되고 싶은 동기가 차고도 넘친다 할 수 있다. 엄마는 되고 싶은데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 돈을 빌리려 찾아간 엄마 영신(이혜영 분)과의 계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찾아간 집에서 이진의 쌍동이 아이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족을 바랐다. 따뜻한 집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맞아주는 동생들의 모습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혜나가 친엄마의 뉴스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짓는 표정이나 혜나가 아픈 것을 알면서도 병원에 데려가기를 꺼리는 모습 등에서 어쩌면 수진이 혜나에게 가지는 감정은 모성이라기보다는 모성을 흉내내는 놀이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가지지 못한, 아니 가질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동경과 집착이 혜나라는 대상을 만나 폭주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어설프다. 하긴 어쩔 수 없다. 아동학대에 대해 저리도 무관심한 세상이다.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다시 아이를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노력하면 밝은 세상에서 법을 지키며 혜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드라마 안에서 주제를 보다 강조해서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과장은 필수라 할 수 있다. 법을 믿지 않는다. 이 사회의 정의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법을 어겨가며 아이를 납치하고, 그 사실을 알고서도 증거를 위조해가며 납치를 도우려 한다. 형사 창근(조한철 분)이 현실에 있다면 혜나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사 송예은(송유현 분)과 수진은 자신의 선의라는 꿈속에 있다. 자신이 지키고픈 환상속에 있다.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역시 송예은의 연기도 너무 어설퍼서 현실의 형사 창근에게 훤히 읽히는 듯하다.


어찌되었거나 아무리 봐도 엄마 영신이 아직 어린 수진을 심지어 자전거체인으로 묶어 보육원 앞에 버렸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수진 역시 자신을 길러준 엄마 영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쉽게 치유될 상처였다면 아직까지 엄마가 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어떤 오해가 있고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러니까 엄마와 엄마의 이야기란 것이다. 딸과 딸의 이야기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모성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동생 이진과 배아파 낳은 딸을 낳아서는 안되었다 후회하는 또다른 엄마. 그리고 그 가운데 팽팽한 긴장을 보이는 엄마와 딸이 있다.


의미심장하다. 수진은 딸 혜나를 데리고 도망치고 그 뒤를 하필 남성인 설악과 창근이 뒤쫓으려 한다. 한 편으로 그런 수진을 지키는 것은 같은 남성인 진홍(이재윤 분)과 은철(김영재 분)이다. 엄격한 가부장사회의 규범이고 폭력이다. 그럼에도 여성과 아이를 지키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하는 남성의 본질이기도 하다. 엄마의 폭력도 엄마의 사랑도 모두 그 안에서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엄마와 딸을 위한 드라마이면서 정작 여성을 위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원작은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