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민기의 죽음에 전혀 동정을 느끼지 않는 이유
그러니까 조민기는 자기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앞세워 타인을 위력으로 압박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대가를 그 지위와 명성에 맞게 치르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피해자들은 어떠한가.
어떤 잘못도 없이, 아무런 책임질 행위도 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조민기의 학생이었다는 이유로 그같은 끔찍한 일들을 겪어야 했다. 조민기가 교수에서 해임되었어도 그 상처가 아예 없던 일처럼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재판을 받고 처벌받더라도 여전히 그 상처는 낙인처럼 오래도록 남을 수 있다. 그런데도 고작 수사를 받고 대중의 비난을 받는 것이 두렵고 고통스럽다며 도망치고 말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피해를 입고도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지 모를 피해자는 도대체 무슨 죄인가.
죽음은 책임이 아니다. 진짜 죄가 있고 죄를 뉘우치고 있다면 절대 자신의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려 해서는 안된다. 설사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은 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쪽에서 결정할 일이지 자기가 임의로 결정할 것은 아니다.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자신의 목숨마저 자기가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따윈 남아 있지 않다. 피해자가 아닌 가족을 생각해서도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내가 제일 혐오하는 것이 죄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궁지에서 스스로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존엄을 시궁창에 내던지고서 남은 사람들은 나몰라라 혼자 도망치고 만다. 그런데도 죽은 사람이라고 동정하며 명복을 빌어주어야 할까. 싸가지없다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런 식으로 도망친 이들에 대해 단 한 번도 아쉬움이든 안타까움이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설사 죽었어도 자신의 행위는 그 피해자들과 함께 현실에 남아 있다.
죽은 건 죽은 것이고 죄는 죄다. 설사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었어도 죄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이 있다. 그 죄로 인해 고통받던 가족들이 있다. 도리어 그 죄를 비판하던 이들이 죄인이 되어야 한다. 비겁하고 사악하다. 철저히 악랄하다. 침을 뱉는다. 토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