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 그래도... 사랑하니까!

까칠부 2018. 4. 17. 11:31

하필 드라마를 보기 직전 라이트노벨 '역시 내 청춘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를 읽고 있었다. 히키가야 하치만이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진실한 것을 원해!"


때로 화내고 때로 의심하고 때로 원망하며 때로 돌아섰다가도 그럼에도 다시 서로에게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다. 딸의 죽음마저도, 그를 외면했던 상대에 대한 원망과 분노마저도, 가끔의 서운함이나 미움조차도,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서로의 곁에 머물게 되는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판정에 정작 변호사는 나오지 않고 증인인 손무한(감우성 분)만 출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진짜인가. 어떤 것이 진실인가. 은경수(오지호 분)의 손에 들린 녹음을 통해 당시 손무한이 했던 너무 밉고 싫은 말들에도 안순진(김선아 분)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아니 잠시는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괜히 멀리 복잡한 길로 돌아가기엔 이미 서로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짧기만 하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그동안의 수많은 갈등과 오해가 있었기에 더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랑하니까!"


입장이 역전된다. 남편과 아내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다. 아내를 배신한 남편과 배신당한 아내에서 죽은 딸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마주선다. 그래서 은경수는 안순진의 뺨을 때릴 수 있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도. 딸을 위해서 무엇도 해주지 못했어도.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필 손무한인가. 그런데 사실 손무한이 딸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거나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따로 있음에도 그나마 만만한 주변에만 화풀이를 하려 한다. 개돼지란은 말이 맞다. 의외로 주변에 보면 은경수 같은 감정마저 계산적인 경솔한 사람이 적지 않다.


여전히 재판 자체는 그다지 크게 흥미가 없지만. 그러나 그 재판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인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재판이야 이기든 지든. 그럼에도 손무한은 마지막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고픈 사람들과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절박함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그것이 진실되다는 것일 게다. 지금 바로 여기, 바로 나 자신과 바로 그 사람. 내게 진정 의미있는 단 하나 실제다. 언제 어느때라도. 누구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