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 경찰의 사명과 인간의 생로병사
태어나고 자라고 병들고 늙고 죽어가는 것, 아마 산다고 하는 그 자체일 것이다. 더 편한 말로 그래서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다.
악을 쓰며 범인을 잡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사이 누군가는 자식을 결혼시키고 누군가는 늙은 부모를 떠나보낸다. 또다른 부모는 늙었고, 혹은 자신은 병들어 죽어간다. 여전히 자식의 길을 불만스러워하는 부모와 그런 부모가 불편한 자식. 부부의 오랜 외면과 갈등은 이제 죄책감으로 아물기 시작하는 듯하다.
범인을 쫓는 장면을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다른 것 없다. 그냥 쫓는 것이다. 발로 뛰어 쫓고, 차를 달려 뒤쫓고, 다시 몸을 날려 범인을 덮친다. 주변의 모든 경력들을 범인이 도주하는 산 근처로 집결시킨다. 절묘한 추리도 대단한 액션도 없다. 오로지 범인을 잡기 위한 최선의 노력 - 그를 위한 최선의 수단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범인을 잡기 위한 악다구니같은 몸싸움이 있었다.
전직 유도 국가대표라 했었다. 확실히 몸싸움에서는 압도적이다. 염상수(이광수 분)와 최명호(신동욱 분) 두 사람이 달라붙어서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다. 이래서야 오양촌(배성우 분)의 말처럼 다른 경찰들의 지원을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자니까. 그토록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니까. 그 범죄의 결과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뒤이니까. 다시는 이런 범죄가 없어야 하니까. 경찰로서의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시민으로서의 양심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자신이 사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다.
경찰은 영웅이 아니다. 영웅이 되어서도 안된다. 경찰은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만 한다. 범인을 잡은 일로 기뻐하고 환호하는 와중에도 묵직하게 한 마디가 중심을 관통한다. 경찰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시민의 수가 무려 수천이다. 한 사람이라도 경찰이 다치거나 해서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그 만큼의 시민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희생하는 경찰이 아닌 같은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경찰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사건을 쫓는 와중에도 아이는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도 하고, 또 부모는 늙고 죽는다. 경찰도 늙고 죽어간다. 그 안에서 경찰이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금 길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분량이 많은 것 아닌가 여겼었다. 하지만 늙은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그 늙은 아버지의 후회와 같은 아들 오양촌의 후회에서. 무엇보다 죽음을 마주한 채 또다른 죽음을 보며 오열하는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 분)의 모습에서 이래서 이 장면을 그리 길게 오래 무겁게 그리고 있었구나. 그 바로 앞에서 기한솔을 딸을 결혼시켰고 모두가 그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가 범인을 잡았다. 그저 안아주고 위로해준다. 그보다는 긍정해준다. 그를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범인을 잡고 법으로 처벌하는 것.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정작 한정오(정유미 분) 자신도 위로를 받는 듯하다. 항상 그녀를 괴롭히고 있던 의문,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인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겠다. 예고편으로 인해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예고성폭행은 결국 어떻게 결론지어질 것인가. 때로 경찰을 위한 작가의 의도된 대사들이 어울리지 않고 겉돌기도 한다. 그래도 단 하나 범인을 잡은 경찰의 통쾌한 외침은 강하게 남을 듯하다. 지금도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든 경찰을 위해서. 경찰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 그 의도를 기껍게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