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 내가 꿈을 꾸는가, 꿈이 나를 꾸는가
나비가 날다가 문득 꿈을 꾸었다. 전국의 난세에 무위를 설파하는 철학자가 되는 꿈이었다. 철학자는 생각한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 것인가.
전해오는 이야기 가운데도 그런 것이 있다. 잠만 자면 거지가 되는 꿈을 꾸는 부자와 역시 잠만 자면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거지가 있다. 하루 가운데 잠자는 시간만 거지가 되고 부자가 되는 두 사람 가운데 과연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인간의 의식이란 결국 인간의 뇌에 있는 시냅스의 물리적 작용과 변화의 결과다. 인간의 뇌가 인지하고 인식하고 의식하기에 그것은 인간의 사고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헛것도 보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것도 뇌의 착오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존재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실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아마 후반부 어디쯤엔가 그런 갈등이 불거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행복한 꿈속에서 죽는 것이 더 나은가, 아니면 불행한 현실로 돌아가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인가. 어차피 현실로 돌아가봐야 희망이란 없다. 좋은 일따위 없다. 단지 살아있을 뿐이다. 꿈속에서 그는 죽을지언정 현실에서 불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성공을 누릴 수 있다. 무엇이 그에게는 더 소중하고 더 절실할 것인가.
물론 삶이란 무엇보다 소중하다. 산다는 그 자체가 삶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고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삶을 위해서 때로 사람들은 그 삶을 수단으로 내던지기도 한다. 자살이란 죽을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닌 살아갈 용기를 잃었을 때 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더이상 살아갈 동기도 용기도 남아있지 않을 때. 그래서 인간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인가.
하지만 과연 얼마나 그같은 무거운 주제를 상업드라마 안에 제대로 녹여낼 수 있을 것인가. 그같은 실존의 고민과 갈등을 드라마적인 재미로 녹여내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시작은 상당히 어설픈 부분이 적지 않았다. 작위적이고 급하다. 그러나 과연...
일단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본다. 소재는 흥미로운데 그다지 믿음이나 기대가 생기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욕심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사공만 많아서가 아니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