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변호사 - 너무 쉽고 명쾌한 대중드라마의 왕도
설마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뻔해질까. 혹시나 차문숙을 안마하는 맹인 안마사가 하재이의 엄마는 아닐까. 어쩌면 그때 살아난 대신 눈을 다치거나 해서 안마사가 되어 숨어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그곳이 하필 차문숙의 지근이라는 점에서 진실을 알고 무언가를 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라마가 그렇게 쉬울까. 그러니 쉬웠다.
드라마의 장점이다. 너무 귑다. 괜히 쓸데없이 비틀거나 꼬아 멀리 돌아가는 법 없이 직구로 오로지 바로 내달린다. 봉상필과 하재이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괜히 서로 밀고 당기는 것 없이 바로 오해도 풀고 맺어져 버린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악을 응징하고 복수를 마치는 것 뿐이다. 악은 악이면 되고 주인공은 그 악을 응징하면 된다. 그래서 무법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과 정의마저 소유한 악과 맞서 진실을 밝히고 그들을 응징한다. 나머지는 그를 위한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복수물임에도 오히려 코미디와 같다 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 명쾌함이 스릴러의 긴장보다 코미디의 후련함에 가깝다.
그래도 허술하지는 않다. 안오주를 찾아왔다가 살해당한 푸드트럭 점주가 안오주가 보여준 태블릿의 동영상과 이어진다. 사소한 단서도 놓지지 않는 우형만의 형사다운 눈썰미가 봉상필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던져준다. 나머지는 직접 뛰어 그 사실을 확임하는 것 뿐이다. 차문숙조차 부정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가 마침내 법정에서 묻힐 뻔했던 진실을 밝혀낸다. 첫승리다. 그리고 차문숙을 정점으로 기성을 지배하는 7인회와의 싸움의 시작이다. 한 고비를 넘기고 프롤로그처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봉상필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메모리의 내용이 밝혀졌다. 우형만이 하재이를 만나고 바로 마음을 바꾼 이유는 하재이의 엄마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우형만이 당시 하재이의 엄마를 살리고 숨겨주었는 지 모른다. 인간으로서 마지막 양심이 다시 그를 악으로부터 구해낸다. 차문숙의 본질은 더 지독하고 탐욕스러우며 치졸하도록 본능적이다. 말 그대로 악 그 자체다. 차문숙의 측근에 있기 위해 추악한 악의 실체를 바로 앞에서 보게 된 젊은 검사 강연희의 선택은 무엇일 것인가. 악은 악으로 응징하고 죄는 죄로 벌준다. 강연희는 과연 검사로서 인간으로서 어느 편에 서게 될 것인가.
때로 유치하고, 때로 비굴하며, 때로 교활하고 잔인하다가, 무엇보다 모든 경우 충동적이고 탐욕스럽다. 악은 인간의 본성인 때문이다. 스스로 의식하고 삼가지 않으면 본능의 이기와 탐욕이 어느새 인간을 악으로 이끈다. 그래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러면 안된다고 야단치는 사람도 없었다. 너무 쉽게 속고 쉽게 넘어갔다. 마음내키는대로 했어도 전혀 아무 문제도 없었다. 괜히 폼잡는 꽤나 그럴싸한 악이 아닌 진짜 악이다. 복수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는 분명한 정의다. 모든 것이 분명하고 쉽다. 대중드라마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