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무법변호사 - 커지고 강해지는 악, 그리고 불안과 균열

까칠부 2018. 6. 10. 10:41

기대한 것보다 법정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 시간적인 비중은 높은데 알맹이가 없다. 드라마 전반에 알맹이가 부족하다.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차문숙(이혜영 분)과 안오주(최민수 분)가 얼마나 나쁜 놈인가를 묘사하는데 할애되고 있다. 실제 둘의 파멸 역시 두 사람 사이에 필연적인 불신으로부터 비롯된다.


이전 오주그룹의 회장이던 시절과는 다르다. 그래도 자치시의 시장이라면 그 권한이 상당할 것이다. 이미 기성의 밤거리를 장악한 건달에서 오주그룹이라는 기업까지 일구어낸 인물이었다. 그런데 시장으로서 낮세계의 권력까지 손에 쥐게 되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봉상필을 상대로 꾸민 계략이 남순자(염혜란 분)의 참소까지 더해지며 차문숙의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안오주가 자신의 손을 떠나 멋대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마치 배경설명처럼 차문숙의 아버지가 배신을 당해 정치권에서 물러난 과거까지 보여준다.


안오주의 한계다. 2인자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2인자가 크면 1인자를 노려야 한다. 자기는 아니라 해도 1인자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이상 1인자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끝없는 의심과 견제를 어떻게든 참아내며 견뎌보던가, 아니면 어차피 이판사판 한 번 덤벼 보던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악역이 살아있으면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크고 강하고 틈이란 없는 악일 것이기에 결국에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수밖에 없다. 그 위에 마지막 숨통을 끊는 것이 주인공의 역할이다. 오히려 안오주의 함정에 빠져서 살인누명을 벗는 것만도 급급한 것이 지금 봉상필(이준기 분)의 상황이다.


악을 응징하는 것은 몇몇 주인공들의 영웅적인 활약이 아니다. 악 그 자체가 가진 모순이며 그 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의 원망이며 분노다. 아마 그것이 공자가 말한 하늘의 그물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누명을 쓰고 오해를 받고 있지만 진심은, 그리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악이 커지는 만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방적인 위계 아래서 공존하던 두 악의 크기가 비슷해졌을 때 불안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를 위해 봉상필의 배경을 제거하고 봉상필을 죄인으로 감옥에 가둔다. 커질수록 약해진다. 강해질수록 불안해진다. 그나마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직은 그래서 악이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