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 - 뻔하지만 즐거운 상업드라마의 미덕
가끔 내가 왜 이런 걸 보고 있을까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너무 뻔하고 너무 유치한데 그런데 예쁘다. 한 마디로 잘 만들었다는 뜻이다.
뻔한 건 나쁜 게 아니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뜻이다. 잘 먹힌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스케일로 일어나는 일들이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어차피 말도 안되는 일들 투성이지만 그래도 지루하고 지겨운 일상에 그런 일들도 있어주면 좋지 않을까.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뻔한 나쁜남자 이야기에, 뻔한 가족간의 갈등에, 뻔한 재벌이야기에, 그런데 박서준(이영준 역)과 박민영(김미소 역)의 연기가 너무 좋다. 그보다 너무 잘 어울린다. 하긴 그게 그 말이다. 마치 그린 것처럼 멋진 그림으로 TV에 박혀 나온다. 아, 보기 좋다. 보는 것이 즐겁다.
그러니까 상업드라마의 미덕이라는 것이다. 보면서 즐거운 것. 보고 나서 피곤하지 않은 것. 그동안 너무 피곤한 드라마들만 보아 온 것이 아닐까. 아무 생각없이 그들의 뻔하고 유치한 감정의 흐름을 쫓는다. 너무나 뻔한데도 알지 못하는 것을 우월감 섞어 지켜본다. 일부는 비웃음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부럽다.
역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잘생겨야 한다. 예뻐야 한다. 특별하지 않은가. TV드라마를 보는 매 순간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매우 특별한 순간들이다.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주인공들을 본다. 대중이 스타를 추종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평범한 일상마저 매우 특별해진다.
시간 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뻔한 데 아주 세련된 뻔함이다. 이런 건 유치하다 여기면서도 그냥 웃으며 끝까지 볼 수 있었다. 마음 놓이는 편안함 때문이기도 했다. 주인공도 선하고 어쩌면 결과도 선할 것이다. 평범한 일상들과 특별한 사건들 사이의 절묘한 조율이 특별한 긴장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재미있다. 아니 무엇보다 보이는 그림이 예쁘다. 박서준도 잘생겼고 박민영도 예쁘다. 몇 번을 반복해 말해도 부족할 뿐이다. 일상의 특별한 공간이 된다. 보는 모든 순간이 즐거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