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 주취범죄와 사회적 동정과 책임
솔직히 동의 못하겠다. 술만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니 그럴 수 있다. 나도 얼마전까지 10년 넘게 매일같이 술을 마셨으니까. 술 자체가 좋을 수 있다. 술을 마시는 자체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집밖에서 술먹고 남에게 피해를 끼친 적은 없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아주 기본적인 이성이며 절제인 것이다. 특별한 사람만 가능한 능력도 아니다.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도 어디서 얼마나 마시는가는 결국 자신이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책임 역시 온전히 자신이 져야만 한다. 정히 자신의 의지로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정신과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자신의 의지로 술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마음대로 세상을 활보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술과 마약이 무엇이 다른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짜증이 치밀고 있었다. 한두번이 아니다. 술을 핑계로 사고도 아닌 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으로 감경받은 사례가 당장 사회면만 봐도 넘칠 지경이다. 그렇게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이 안되는 수준이라면 아예 병원에 보내 치료받도록 하던가. 뻔히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처벌마저 감경하여 세상으로 풀어준다. 하긴 이유가 있다. 그렇게 술이라도 쳐마셔야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세상에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까. 술기운에 일하고, 술기운으로 풀고, 술기운으로 잊는다. 불평불만 많은 하찮은 인간들을 통제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다.
술먹고 사고쳐서 징역 5년인데,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끼친 경제사범이 똑같은 징역 5년이다. 그나마 중형이다. 대개는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그래서 술을 마신다. 술마시고 잊는다. 술마시고 마음껏 욕설하고 배설한 뒤 그냥 잊는다. 개돼지는 그래서 술로 길들인다. 그래서 판사도 술먹고 가누지 못하며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그리고 잊을까? 그렇게 익숙해질까? 그래도 바로 곁에 누군가 지켜보는 눈이 있다면 달라질까?
물론 임바른의 말에도 동의한다. 그렇게 술이나 마시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세상 이 사회라는 것이다. 자기가 알아서 책임지라고 방치하고서는 그 책임마저 감경하겠다 나선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사회적으로 약자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도 약자다. 임바른의 말에 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술먹고 사고치는 놈들이 자기보다 강자에게 사고치는 경우는 드물다. 술먹어도 그런 정신은 있어서 꼭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해꼬지를 한다. 누구를 동정하고 누구를 연민하는가.
술을 좋아한다면 혼자 마신다. 여럿이 함께 마시고 싶다면 취하지 않을 만큼만 절제해서 마신다. 그래도 도저히 안되겠다면 치료를 받는다. 술에 대한 국가규모의 캠페인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담배만 해악인 것이 아니다. 담배는 그나마 담배피는 자신이나 직접 연기를 맡는 주위만 피해를 준다. 자기 사정을 이유로 술마시고 피해를 끼치고도 반성조차 없다면 동정의 여지 또한 없다. 노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항상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