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판사님께 - 우스운 법과 재판, 형제는 잘못됐다!
법이라고 하는 자체를 비웃는다. 정확히 그 법을 다루는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의 카르텔이다. 서로 노는 물은 다르지만 결국 언젠가는 한 곳에서 만난다. 판사든 검사는 결국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사법의 독립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판사가 국회의원이 되고, 검사가 관료가 되고, 변호사는 대통령까지 된다. 그래서 사법시험을 폐지한 것이다. 최근 사법연수원을 다시 부활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같잖지도 않은 짓거리다.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모두 사법연수원을 거친다. 사법연수원을 가치면서 기수라는 것을 부여받는다. 그것은 법조인으로서의 동질성이고 또한 법조인 가운데 서열이기도 하다. 여기에 다른 이해까지 추가되면 아무리 권력이 놓아주려 해도 사법의 독립이란 요원한 것이다. 결국 피해보는 것은 일반 국민이다.
어쩌면 오상철이 한강호를 증오하게 된 이유인지 모르겠다. 모두가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통해 만난 검사든 판사든 결국 같은 물이라 생각했었다. 권력에 약하고 이익앞에 눈치를 본다. 고작 자기가 변호하는 의뢰인들이란 이런 수준인데 한강호는 그동안의 원칙들을 깡그리 무시한다. 심판하고 싶은 자를 심판하고 응징하고 싶은 자를 응징하려 한다. 원래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자기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아니라면 굳이 판사인 한강호에게 감정적인 반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가 잘못했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그런 식으로 대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황희 정승의 일화가 아니더라도 아무리 자식이 보는 앞에서 다른 자식의 편을 드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인가. 편애하고 있다. 차별당하고 있다. 자기 아닌 다른 자식만 사랑하고 그를 위하고만 있다.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 한강호나 한수호나. 한수호가 판사로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결국 어머니에게 있었는지 모른다. 마음으로만 사랑한다고 그 마음이 자식들에 온전히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그 어머니가 사랑하는 또다른 자식을 위해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정한 수단까지 동원해야 했다면. 그럼에도 자식들은 어머니를 사랑했다. 비극의 시작이다. 하긴 어머니라고 자식을 올바로 기르는 법을 누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어머니들도 그래서 서툴다. 그 사실을 자식들이 알기까지 아주 많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
이유영은 귀엽다. 목소리도 표정도 도대체 이 여자 나이가 몇 살이나 되었는가 궁금해질 정도로 귀엽다. 아, 이것도 성희롱인가. 천연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천연이 아님을 안다. 송소은의 캐릭터 자체도 세상의 더럽고 추한 모습들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순수하게 법의 정의를 믿는다. 진실의 승리를 믿는다. 그를 위해 올곧게 자신의 상사의 요구와 지시마저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녀를 그토록 강하게 만드는 것은 실종된 그녀의 언니였을까? 문득 한수호와 송소은 사이에 악연을 예상해 보게 된다. 한수호도 송소은 언니의 사건에 관여되어 있었다.
그러고보면 사람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두려움을 알아간다는 것과 같은 뜻인지 모른다. 무언가 두려워서 피하고 맞설 수 없으니 돌아가고 마주할 수밖에 없으니 허리를 굽히기도 한다.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속인다. 그런 것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 스스로 여긴다. 아버지의 한 쪽 눈이 멀었어도 자기가 조금만 참으면. 가해자가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것을 보면서도 조금만 자기가 굽힐 수 있으면. 오상철이 살고 있는 세계도 그런 세계였다. 송소은과 오상철이 절대 이어질 수 없는 이유다. 혹시 모른다. 오상철이 송소은의 오로지 올곧고 순수한 정의에 동의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다른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지. 억지로 어른이 되어야 했던 남자와 여전히 소녀로 남아야 하는 여자가 그렇게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 엇갈린다.
서로 오해하고 있던 상대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된다. 한수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 대해 이제 알아가게 된다. 한강호도 한수호도 정작 형제이면서도 서로에 대해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모른 채 미워하고 모른 채 원망하고 그렇게 남보다 못한 상태로 지내오고 있었다. 마지막은 화해일까? 그보다는 인정일지 모르겠다. 굳이 사이가 좋아지지 않아도 그저 서로가 자신의 형제임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아니면 서로 전혀 별개의 존재임을 알고 상관없이 살아간다.
법을 제대로 배운 판사보다 법이라고는 모르는 양아치가 오히려 더 날카롭게 올곧게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개같은 세상이다. 코미디로만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도 지나치듯 언급하고 있다. 이번에 이슈가 되고 있는 사법농단도 드라마의 제작에 적잖이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개새끼들이 바로 판사새끼들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른다. 차라리 그런 판사새끼들보다야 한수호같은 전과자 양아치새끼가 더 나을지 모르겠다. 욕은 더 많은 감정들을 압축해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한수호를 노리던 그들이 이번에는 한강호를 한수호로 알고 숨어서 노리고 있다. 송소은은 아예 한강호를 오해하고 순진하게 따르고 있다. 오상철과 한강호의 악연은 깊어간다. 한수호가 과거 만든 악연들이 그를 뒤따른다. 하긴 한강호가 만든 악연도 만만치 않다. 법이 우습다. 재판이 우습다. 세상이 우습다. 드라마가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