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프 - 의사의 이상과 의료의 현실

까칠부 2018. 8. 8. 07:10

딜레마다. 당장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연하게 그 돈이 필요하면 돈을 벌어야 한다. 누가? 어떻게?


그래서 신경외과장 오세화(문소리 분)가 해외의 수술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첨단장비에 욕심을 내다가 가격에 좌절하는 모습을 구승효(조승우 분)와 계약한 제약회사 사원이 의사들에게 영업을 권유하는 장면을 이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의사 오세화가 탐내는 의료장비를 들여오기 위해서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현실의 문제인 것이다. 의사들이 받는 높은 연봉에,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쓰일 고가의 의료장비들을 어떻게 무슨 돈으로 감당할 것인가. 의사들이 주장하는 자존심과 사명감 같은 것들이 의료인으로서 그들의 이상이라면 구승효가 말하는 것은 때로 구차하고 비루하기까지 한 의료의 현실인 것이다.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의사들 자신이 그 돈을 벌어야 한다. 냉엄한 자본주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그것을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하긴 그러지 못했으니 벌써 병원이 거대자본인 화정그룹에 넘어가 있는 것이기도 할 터다.


다들 그러고 산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그러고 살아간다. 수많은 영업사원들이 그렇게 때로 온갖 수모와 굴욕을 참아가면서 다만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입품 손품 발품에 양심과 자존심까지 내던지고 있다. 어쩌면 많은 시청자들이 오히려 구승효의 편에서 의사들을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의사들은 뭐가 그리 잘나서 자신들이 일상으로 하는 일들을 저리 고고하게 거부하려고만 하는가. 하지만 한 편으로 과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의사들에게 그같은 일상의 일들까지 강요해도 되는 것인가.


그래서 이노을(원진아 분)이 있는 것이다. 일상인의 눈으로 의사들을 비판하면서도 의료가 가지는 특수성을 강조한다. 하필 그 돈을 버는 수단이 의사들에게 환자들을 상대로 제약회사의 상품을 영업하게 하는 것이다. 의사라는 권위를 이용해서 환자들로 하여금 제약회사의 상품을 사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계약관계에서 제약회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환자들에 전달하게끔 하면서. 아무리 돈이 필요하다고 그런 행위들까지 긍정해야 하는 것인가. 과연 어디까지 의사들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그같은 요구와 지시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그 결과로 환자들에 사용할 약품과 의료도구들을 관리하는 장비를 갖출 수 있었다.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당장 의사와 간호사등 의료인력들에 필요한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의료인으로서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일반 직장인처럼 돈벌이에 나서게 하는 것이 정당한가. 명확하게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는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때로 어느 한 쪽이 옳은 것 같다가 때로 모두가 옳고 모두가 틀린 듯 여겨지기도 한다. 결국은 의료행위만으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의 돈이고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돈이다. 대부분 시청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이다. 여기서 시청자의 이해마저 한 데 뒤섞이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누구의 주장이 맞는가.


그래서 예진우(이동욱 분)가 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른다. 철저히 자신을 억누른 채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답답하다. 병원과 의사들의 모순을 비판하면서 그러나 그런 병원을 뒤흔들려는 구승효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병원은 어쩌면 그에게 집이다. 죽은 병원장은 아버지였다. 아들로서 아버지가 남긴 집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보다 무엇을? 진정 그가 의사로서, 그보다 병원을 집으로 여기는 가족으로서 그가 지켜야만 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가치인 것인가. 예진우가 이노을에게 이성으로서 어떤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다. 그들은 남매다. 피가 섞이지 않았을 뿐 철저히 다른 동류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원진아는 예쁘다. 원래부터 예쁜 것을 알고 있었지만 키가 작다는 단점에도 그녀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드라마의 장르가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둡고 우중충하던 분위기가 화사한 로맨틱 코미디로 바뀐다. 코미디까지는 아니더라도 멜로적인 느낌을 준다. 밝은 햇살 아래 보이는 웃음도 해맑다. 그러고보니 낮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드물다. 의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겠다. 그보다 바쁜 병원을 빌려 촬영하는 고단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구승효가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현실로 만들려 하고 있다. 부원장은 뒤에서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 병원은 모두 적이고, 그러나 구승효는 병원을 위한 것이든 어쨌든 사장으로서 새로운 계획을 추진해간다. 이노을과의 인연이 쌓여져간다. 예진우와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못하다.


병원장 선거가 분기가 된다. 누가 병원장이 될 것인가. 어떤 의지로 병원장이 되어 구승효와 맞서게 될 것인가.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너무 일방적이다. 구승효가 너무 강하다.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