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너무 많은 재료가 맛을 지우다
그러니까 이래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숙제만 던져 준 꼴이다. 어떤 답도 들려주지 않았고 따라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예진우와 선우 형제처럼 그냥 상관없는 시간들이 일상처럼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때가 있다.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냉장고에 재료가 충분하다고 욕심부리다가 정작 아무것도 아닌 잡탕이 되고 만다. 마지막 순간까지 설명이 넘치고 있었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뜻이다. 장기시리즈였다면 모를까 그 모든 주제를 다루기에는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 그나마 예진우와 선우 형제의 이야기로만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었다. 다만 하나라도 제대로 끝내기에는 여러가지로 많이 빠듯하다. 그런데 하나가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결국 현실은 어떻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결국 자본주의 시회에서 대자본이 원하면 그 의도대로 모두 되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예진우도 구승효에게 물은 것이다. 방법이 없는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굳이 진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힘들거나 아니며뉴아예 불가능한 환상을 보기 위해서다. 꿈을 꾸기 위해서다. 꿈치고는 상당히 불친절한 꿈이었다. 한 마디로 지금 의사들로는 안되니까 그래도 아직은 젊은 다음 세대에 맡겨보자? 지금 과장들은 순수했던 젊은 시절이 아예 없었던 것 같다.
답이 없는 문제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답이 없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도 염치없는 것이다. 아무거라도 답을 듣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너무 솔직하기만 한 것도 무례한 것일 수 있다. 작품은 작가의 자위도구가 아니다. 그냥 현실이 이렇구나. 이런 문제들이 있구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현실의 답답함을 더한다. 차라리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본다. 그럼에도 원진아는 예쁘다. 유일한 보람이다.
기껏 답을 미뤄가며 지어넣은 로맨스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예쁘지 않다. 그럴 법하다. 하지만 굳이 내 시간 써가며 그런 사랑을 지켜보고 싶지는 않다. 전작과의 차이다. 구승효도 예진우도 너무 현실적이 매력이 없다. 차라리 그린 듯한 악역인 화정그룹 회장이 존재감을 뽐낸다. 드라마의 캐릭터란 그런 것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너무 많은 것을 넣으니 아무 맛도 안 난다. 지루하다. 마지막 솔직한 감상이다. 허무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