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 송소은, 언니와 만나다

까칠부 2018. 9. 20. 10:46

어머니가 후회한다. 어머니가 자식 앞에서 자기의 잘못을 사죄한다. 참 못할 노릇이다. 자식 입장에서. 하지만 자식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필요했으니까.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만 했으니까. 아무것도 몰랐어서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그저 여기고 따랐을 뿐이란 말이 서글프기조차 하다. 아마 대부분 부모들이 그랬었겠지.


결국 재벌 3세 이호성의 마약사건도 이렇게 끝나는 모양이다. 오대양 역시 자식의 배신으로 인해 대표가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차라리 야망 때문이었기를 바랐었다. 자기가 아버지를 대신하겠다. 아버지를 밟고 올라서겠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를 죄인으로 만들고 하는 말이 아버지의 사랑을 바란 어린 아들로서였다. 이쪽도 아버지가 자식을 잘못 길렀다. 그저 강하게 엄하게만 기른다고 자식이 바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남은 것은 송소은의 성추행과 언니의 성폭행이다.


성폭행의 재심이 가능한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송소은의 성추행 소송과 관련해서 그 부분도 최소한 다루어질 것 같다. 그동안 경찰이, 검찰이, 그리고 사법부가 얼마나 성범죄 피해자들을 부당하게 잔인하게 상처입혀왔었는지. 어째서 성범죄 수사와 무고죄 수사를 같이 진행해서는 안되는가. 바로 보이고 있지 않은가. 성범죄 고소인을 압박하기 위해 무고죄로 오히려 피해자일 고소인을 무고죄 피의자로 만들어 가해자일 무고죄 고소인과 마주보고 수사받도록 만든다. 그 과정에서 위력을 사용해서 성범죄를 저질렀던 가해자들이 또 한 번 위력을 사용하여 피해자들을 상처입히고, 아니더라도 그렇지 않아도 성적수치심에 위축되어 있는 피해자들을 더욱 압박하여 오히려 죄인인 양 도망쳐 숨도록 만든다. 그래서 불거진 것이 얼마전 A양 사건 아니었던가. 다만 이에 대해 어떻게 한수호와 한강호 두 형제의 이야기까지 잘 버무려낼 수 있을 것인가.


결국 한수호 한강호 형제도 화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언제 어떻게 어떤 계기로 화해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수호도 한강호도 자신들의 사랑을 지킨다. 한수호는 아나운서 주은을 따라 외국으로 연수를 함께 떠날 것인가. 무엇보다 한강호의 진실을 송소은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래도 판사보다는 낫다. 차라리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는 한강호가 그마저도 판사의 권위를 앞세워서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판사새끼들보다야 백만배 낫다. 그래도 검찰은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기도 한다.


드라마의 최대 미덕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법농단에 대해 아주 대놓고 조롱하려는 데 있을 것이다. 차라리 양아치가 너희 판사들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그래봐야 대부분은 한강호와 송소은, 한강호와 한수호들의 사랑과 가족의 정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아쉽지만 어차피 드라마일 테니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