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 돌아온 수다의 참맛, 김영하 작가의 힘!!!
역시 알쓸신잡에는 김영하 작가가 있어야 한다. 김영하 작가에게는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말 그대로 잡담이다. 잡지식이다. 전공이기에 가지게 되는 전문지식이 아닌 그저 살다가 우연히 읽고 듣게 된 잡다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수다로 풀어내는 것 같다. 각각의 전문진식을 매개하는 것은 유시민의 능력이지만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자체가 김영하 작가의 힘인 것이다.
시즌2와 다른 결정적인 부분일 것이다. 원래 시즌1도 이랬었다. 마치 친한 친구끼리 여행가서 밤새 수다를 떨 듯. 아니 우연히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듯. 시청자 역시 그 한 가운데 있다.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 한 가운데 끼어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마치 장난하듯 놀이처럼 아테네라는 여행지와 소크라테스라는 대철학자에 대한 평소의 동경과 애정을 행동으로 풀어내는 유시민의 모습은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구현해 보여주고 있었다 할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한 전문지식이 아닌 그냥 유희로서의 지식이다. 유희로서의 상식이다. 알아서 즐겁고, 그 아는 사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 즐겁고, 모르는 사실을 들어 알게 되어 즐겁다.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그리스란 어떤 사회였는가. 어떤 배경과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나 건축물, 혹은 예술품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그리스 비극에 대한 깊이있으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들은 우리들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아니 그 전에 재미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저런 이야기도 나오고 되도 않는 농담에 어이없는 웃음도 흘려보고. 아, 저 자리에서 저 사람들과 저리 이야기를 나눠보면 재미있겠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여행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더 즐거운 것이다.
아마 그동안 줄곧 말해왔을 것이다. 예능, 그 가운데서 특히 리얼리티 예능의 핵심은 바로 시답잖음이다. 전혀 심각하지 않고 진지해질 필요도 없는 그냥 다른 일 하면서도 흘려 보고 들을 수 있는 그런 하찮음이다. 그런 일상이다. 지난 시즌2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무언가 자기가 아는 것들을 풀어내야 한다는 강박에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생산하려 한다. 그런 건 수다가 아니다. 전혀 잡스럽지도 않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 하는가.
그냥 시답잖았다. 그러면서 진지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듣고 때로 되묻기도 한다.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수롭지 않기 그러나 깊이있게 주고 받으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 순간 말 그대로 나는 그곳에 있었다. 바로 이런 게 수다의 맛이다. 바로 이런 것을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와서 반가웠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