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 비일상의 일상, 그리고 위기

까칠부 2018. 10. 5. 10:28

그러니까 이런 유형의 이야기들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들인 것이다. 국가단위의 거대한 음모가 고작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로 소모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들이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의 이야기들로 허무하게 풀려나간다.


여성이 명품가방에 대해 관심이 없을 리 없다. 조금 허영기도 있고 하면 성형수술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대수로울 것 없는 조금 별나기는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필 그 수단이 가방이었기에. 자기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 성형수술이었기에. 비록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되기는 했지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IT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바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뛰어난 정보원인 김본조차 못하는 일을 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인맥으로 너무나 어이없이 성공해낸다. 그 과정마저도 어이없을 정도로 쉽고 간단해서 도대체 무슨 이런 음모가 있는가 싶을 정도다.


비일상의 세계에 사는 정보원 김본은 육아라는 일상의 세계로 들어오고, 아줌마 수다라는 일상의 세계를 통해 고애린은 국가단위의 음모라는 비일상의 세계로 접근한다. 그런 그런 부조화가 파열음을 일으키기보다 절묘하게 맞물리며 유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코미디와 스릴러를 만들어낸다. 마침내 더 깊이 비밀에 다가간 고애린이 누군가에 납치되고 김본이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서며 두 세계는 한 곳에서 만나려는 듯하다. 물론 이제 겨우 4회인데 벌써 만나기는 너무 이를 것이다. 다만 이후 어떤 식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가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 부조화와 조화의 균형을 이루어낼 것인가.


정보원 같지 않은 정보원과 일상의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비일상의 결과들이 한 편으로 우습고 한 편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은 작가와 제작진의 힘일 것이다. 배우들의 천연덕스런 연기도 한 몫 한다. 한 마디로 재미있다. 다음 회가 기대된다. 더 말이 필요없다. 다만 애들은 싫다. 그것만 안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