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 재벌후계자의 고갈...
어렵기도 할 것이다. 어지간하면 거의가 재벌후계자였다. 하여튼 장르를 불문하고 남주인공이라면 대부분 재벌이거나 재벌의 일가로 설정되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청자가 즐기고 협찬도 쉽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클 것이다. 문제는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가능한 설정과 연출은 거의 다 해 본 것 같다. 이제와 새삼 재벌후계자와 사랑하게 만들려 해도 거의가 이미 누군가 한 번은 써먹은 것들이다. 뻔하지 않게 아류로 보이지 않도록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려 해도 기존의 작품을 피해가기가 너무 어렵다. 차라리 우직하게 왕도를 걸을 뚝심이 없다면 무모하기라도 해야 한다. 한 달에 일주일 다른 사람으로 모습이 바뀌는 여주인공과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재벌후계자란 얼마나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인가. 하긴 그럼에도 결국 재벌후계자라는 뻔한 선택을 한 것부터 너무 식상했을 것이다.
흥미로웠다. 주기적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 여주인공과 안면인식장애로 인해 오히려 여주인공만을 알아볼 수 있는 남주인공의 사랑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하지만 뒤집어보면 주기적으로 모습이 바뀔 뿐 여주인공은 유명배우고 남주인공은 사람 얼굴만 못 알아 볼 뿐 재벌후계자일 뿐이다. 그러면 이제 인기여배우와 재벌후계자가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다. 그런데 여배우와 재벌의 사랑이야기는 매우 흔하고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가십거리로 소모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면 어떻게 이 두 사람의 사랑만 특별하게 만들 것인가. 하지만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
도무지 감정선을 따라가지 못하겠다. 어째서 저들이 저때 저런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가지게 되는지 바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리저리 깊이 따지고 든다면야 이해하지 못할 생각이나 감정은 없을 테지만 그런 자체가 표현과 전달의 실패라 해도 좋을 것이다. 대중드라마란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닌 직관으로 공감하는 것이다. 시청지 자신이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되어 있어야 한다. 도대체 주인공들의 어떤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며 자신을 이입해야 한다는 것일까? 그냥 구경꾼으로 남아있을 것이면 굳이 남의 사랑이야기따위 내 시간까지 들여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여주인공은 매력적인데 도저히 더이상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지는 이유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있어야 할까?
한 마디로 취향이 아닌 것이다. 재벌은 이제 너무 지겹다. 서로 신분이 다른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뻔하다. 그런데 작품만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 무엇보다 가치를 찾아보기 힘둘다. 그럼에도 서현진은 예쁘다. 배우로서 연기더 매력도 뛰어나지만 그것 뿐이다. 혼자 있을 때는 재미있는데 남주인공과 같이 있으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왜 연인이 되어야 하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 가장 기본적인 물음부터 속시원한 답을 들려주지 못한다. 드라마의 상황이나 전개에 납득하지 못하겠다. 몰입하지 못하겠다. 보는 내내 딴 생각만 한다. 재미가 없다.
차라리 재벌이 아니었으면. 설사 재벌이더라도 뻔한 재벌후계자는 아니었다면. 굳이 사랑에 빠지더라도 조금 더 다른 과정을 거치면 이야기를 채워 나갔었다면. 그나마 벌써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끼며 조급하게 인연을 만들어간다. 드라마다. 드라마라는 사실마저 잊을 때 드라마는 사실이 된다. 조급하다. 철저하지 못하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