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 치명적인 오해, 시간이 즐겁다

까칠부 2018. 10. 12. 06:14

그렇지! 여기서 오해가 빠져서는 안된다. 코미디답게 터무니없으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 정보기관의 비밀요원이 무심히 선택한 위장신분으로 인한 오해도 제법 드물지 않은 클리셰급인 듯하다.

 

김본이 배신자로 몰려 조사받다가 탈출해서 과거의 사건에 대해 추적한 내용이 고백과 함께 나오고 있었다. 설마 무심히 보았던 아무렇게나 집어든 듯한 신분증이 바로 그것이었을 줄이야. 유지연이 장난 반 심술 반으로 도둑맞았다 한 가방이 하필 김본에 의해 선물로 건네진 것도 문제가 되었다. 진용태가 뒷조사한 내용까지 더해지니 이건 빼도박도 못할 흉악한 도둑놈이다. 내 소중한 아이들을 믿고 맡기던 이웃이 설마 도둑일 줄이야. 이제 이 터무니없지만 타당한 오해가 이후 어떤 갈등과 사건의 빌미가 될까?

 

바람 잘 날 없다. 위장신분을 위한 위장점포인데 쓸데없이 억척스런 고애린으로 인해 완전매진만 벌써 두 번 째다. 청와대 요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쫓기도 바쁜데 다시 가방을 사들여 가게에 진열해야 한다. 진열을 겨우 마치고 나니 또다시 완판, 일만 늘어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피고용인이 이렇게 열심히 물건을 팔아주면 고마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포인트다. 더구나 김본에 대한 유지연의 미묘한 감정까지 더해지고 보면.

 

수순처럼 아파트 이웃들의 김본에 대한 오해는 점입가경을 이루고 그에 비례해서 고애린의 김본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고애린에 대한 진용태의 뜬금없는 집착은 그녀를 찾아 국정원의 위장업체인 킹스백까지 찾아온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와 만나고 있었다. 여자다. 얼굴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연출하는 것을 보아하니 시청자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 가운데 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사람은 몇 없는데? 주민 자체가 비중있는 역할로 몇 명 나오지 않고 있다.

 

국정원 국장의 책상을 뒤진 내부인인 권영실의 지시였었다. 캔디의 죽음과 관련된 내부의 배신자일 것이라 여겨지지만 반전도 기대해 본다. 사실 그쪽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 어떤 반전이 있고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가. 다만 일상의 비중이 너무 크니 조금 심심하기는 하다.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맺힌 곳 없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미덕이다. 시간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