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테리우스 - 이상한 나라의 주부 고애린, 모험의 시작
7살 소녀 앨리스는 토끼를 쫓다가 구덩이에 빠져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하여튼 이상한 일들 투성이다. 아이들을 돌봐주던 이웃 김본도 그렇고, 자기가 일하고 있는 가방가게 킹스백도 그렇고, 자기를 스카웃하겠다며 권영실도 그렇고, 혹시 이들에게 자기가 모르는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단서는 터무니없는 요금이 인쇄되어 있던 전기요금 고지서였다. 이 또한 사소한 지출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가정주부였기 때문에. 도저히 킹스백만으로는 나올 리 없는 요금에 의심을 품게 된다. 그동안 자기와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단 확신이 드는 김본과 수상한 통화를 라도우가 의심을 부추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누구고 그곳이 어디라고 몰래 숨어들 생각을 하는가. 그러나 하얀 토끼처럼 어둠속에 선명히 보이는 발자국을 따라 마침내 고애린은 이상한 나라로 가는 토끼굴을 찾아낸다.
권영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정원 내부의 배신자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고애린을 통해 권영실이 제이인터네셔널에 대해 들은 뒤 제이인터네셔널이 노출되었다는 메일이 국정원 내부에서 보내진다. 누구일까? 김본이 쫓고 있는 남자 말고도 또다른 암살자가 있었다. 아마 진용태가 만났던 그 여자였을 것이다. 고애린이 사는 킹캐슬과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의 추정으로는 그렇다. 고애린과도 아는 사이일까? 그녀도 고애린을 둘러싼 이상한 나라의 주민인 것일까?
김본이 진용태를 쫓는다. 정확히 진용태를 노리고 있다. 확신이다. 진용태는 단지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다.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돌아설 수 있다. 하필 진용태가 자신의 비서로 고애린을 원하고 때마침 고애린이 킹스백의 비밀방을 찾아 열고 들어온다. 틈은 확실히 있다. 라도우의 침입사실을 진용태는 추궁을 면하기 위해 비밀로 덮어두려 한다. 고애린과 진용태 사이에 다시 어떤 인연과 헤프닝이 이어질까?
김본에 대한 유지연의 감정은 사족인 동시에 필연이다. 굳이 불필요한 군더더기지만 개연성을 위해 필요하다. 아니라면 국정원 전체가 배신자로 낙인찍고 쫓고 있는 김본을 끝까지 믿고 심지어 함께 작전하는 위험까지 감수할 리 없다. 그런 유지연을 라도우가 곁에서 안쓰럽게 지켜본다. 상투적이다. 역시나 드라마의 통속적 재미를 위한 기름이라 할 수 있다. 남녀상열지사야 말로 인간의 관계를 가장 끈끈하게 드라마틱하게 이어준다.
오해가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서 같은 것이었다. 김본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 호감이 진용태를 통해 들은 진실과 뒤섞여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판단보다 주관적인 인상에 대한 믿음이 우선했다. 의외의 장소에서 그들은 다시 만난다. 이상한 나라에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주부 고애린은 과연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김본들이 쫓고 있는 것은 남편을 살해한 배후이기도 하다. 재미있다.